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기용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곧은 자세로 서서 단단해져가는 대나무를 바라보면 그 모습이 참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한 해를 보내며 새로운 삶의 마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처럼. 이제 또 한 해가 지난다. 시간을 두고 '물처럼 흐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 자연스럽게 삶이 살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런 고요한 흐름을 위해선 분명 질주를 멈추고 잠시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의 삶도 하나하나 마디를 만들어내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흐르는 강물처럼 멈춤의 시간이 필요함을 기억하고 잠시 정리의 시간을 가져보자.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다보면 후회가 있기 마련이다. 삶이 후회가 없다면 발전도 없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아쉬워하며 되새김은 새로운 도전의 선물이다. 가파른 언덕을 달려 보았기에 오르막의 숨 가쁨을 알 수 있고, 잡목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고 돌계단을 지나야 높은 산에 오를 수 있음을, 산 정상에 올라 보아야만 울창한 숲을 볼 수 있고, 산을 돌고 돌아 굽이치는 강줄기의 세찬기운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마디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달리고 쉼을 반복하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삶은 어느 한 순간도 헛되이 생겨나지도 지나가지도 않는다. 흔적을 남기며 지나가고 그 흔적이 씨앗이 되어 다시 피어나고 자라난다. 뿌리 없이 크는 나무가 없듯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의 모습에도 지나온 시간의 땀이 스며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땀방울로 인해 지금 서있는 나의 자리가 생겨 난 것이다. 또한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음을 알리는 메세지와 같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메시지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재설정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달구어 지고 두드려지며 단단해지는 쇠처럼 눈물과 웃음 속에서 인생의 깊은 멋도 만들어지게 된다. 한 겨울에 꽃 봉우리를 치켜세우고 눈을 맞는 목련은 창공을 휘감아 도는 눈보라 속에서 봄의 기운을 느끼며 겨울을 이겨낸다. 바람이 거셀수록 그 버팀도 강해진다. 눈보라가 매서울수록 봄의 향기도 짖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나뭇가지의 껍질 속에 숨겨둔 작은 생명의 씨앗도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리며 살이 저려오는 추위를 이겨내지 않는가.

인간의 삶에도 힘겹고 어려울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를 지켜줄 기둥을 하나 만들어 두어야 한다. 한여름 때약제 아래서 고춧대를 세우고 줄을 메어 앞으로 닥쳐올 태풍을 이겨내게 하듯 당신이 힘들 때 쓰러지지 않고 잡고 일어설 기둥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열심히 살아온 어제의 삶을 반추하며 지혜를 찾는 것이 바로 기둥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튼튼한 기둥이 만들어지게 하기 위해선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지나온 삶에 받쳤던 열정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이다. 듬뿍 퍼부어라 너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빛을 쫓아 몸을 기울이는 창가의 화초처럼 꿈을 찾는 당신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다하지 못했다 질책하지 말고, 그것밖에 안되느냐 성내지 말고, 비교하지도 말아라.

이제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어제 당신이 만들어 놓은 작은 가지에 새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릴 수 있도록 더 찬란히 비추어 줄 것이다. 그 빛은 당신의 가슴속에서, 당신의 믿음 속에서 시작되고 자라난다. 그 빛과 뿌리를 감싸 안은 생명의 기운이 다시 새로운 열매를 당신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해엔 더 큰 가지가 만들어 질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