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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시인·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사무국장

언제 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공무원을 정부미로 일반인을 일반미로 부르는 속어가 통용되었다. 34년을 오로지 정부미로 살아 온 나는 드디어 일반미가 되어 임진년 새아침을 맞았다.

그것도 정년을 2년 6개월 남겨두고 말이다. 도청 전산망을 통해 남은 정부미들에게 "공직이란 나무에 작은 잎사귀로 기능하다가 엽록소가 떨어져 먼저 낙엽이 되어 떨어지나니 그 낙엽 거름되어 공직나무에 새잎이 무성하기를 소망한다."라는 귀거래사를 남겼다.

수많은 후배들이 "선배님은 도정에 작은 잎사귀가 아니라 큰 가지였습니다."라는 답 글을 달아 주어 그들의 덕담에 위안이 되고 고맙기는 했으나 한편으론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하여 서둘러 떠난 공직의 참회록을 쓴다. 정부미 중에서 1등급 행정고시나 2등급인 7급 공채도 아닌 3등급 9급 공채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해 지방부이사관이란 사령장을 받고 퇴직하기 까지 그간의 공직 고해성사를 한다.

첫째 나는 원래 공무원이 좋아서 사명감이 있어서 정부미가 된 것이 아니라 집안형편이 어려워 생업을 위해 공직에 투신했다. 둘째 고용주인 도민을 위해 일했다 기보다는 인사권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함으로서 결국은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일한 범부에 지나지 않았다. 셋째 그러다 보니 공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천직이 되었고 종교처럼 기능하게 되었다. 넷째 군사독재 시절 마음은 최루탄이 난무하는 거리에 있었지만 몸은 온실 속에 숨은 그늘을 안고 있다. 다섯째 남에게 먼저 술 한 잔 사기보다는 얻어먹는 횟수가 많은 배품에 인색했던 졸부였다. 여섯째 공직업무 이외에는 솔직히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일곱째 야근과 특근과 가난을 핑계로 남편을 일찍 여윈 홀어머니를 잘 봉양하지 못한 불효막심한 아들이었다. 여덟째 주말과 공휴일에도 대기성 근무를 하느라 사랑하는 두 아들과 여행도 한번 함께 못한 참으로 부실한 아빠였고 가장이었다. 아홉째 문화, 예술, 종교, 농업, 복지 등 다방면에 관여했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열 번째 경북 안동에서 온 혈연 지연 학연 하나 없는 불민한 자를 아껴주고 키워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보은을 하지 못하고 공직을 마무리한 빚쟁이다.

이 밖에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익살과 농담이 때론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가 될 줄 몰랐던 부덕함 등 참회할 것이 어디 이 뿐 이랴만 크게 보면 이 열 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나 싶다.

이제 젊음을 송두리째 바쳤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원망도 듣고 칭찬도 들었던, 스님들이 입는 가사처럼 신부님들이 입는 수단처럼 천명처럼 걸치고 다녔던 지방공무원이란 무거운 옷을 벗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제부터 지방공무원으로 살아왔던 감촉과 정서를 지닌 일반 도민으로서 충북과 충북도정을 바라보겠다. 칭찬할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칭찬하고 응원할 일이 있으면 목이 쉬어라 응원하리라. 그러나 혹여 도정이 민의에 반하고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며 잘못 굴러가면 분연히 일어나 이를 지적하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 이는 충북과 충북도정을 뼛속 깊이 사랑했던 자의 당연한 귀결이자 빚값음의 길이도 하기 때문이다.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재직 시 유치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제빵왕 김탁구"는 주인공인 탁구가 따뜻한 인간애와 우직함과 성실로 역경을 헤쳐 가는 감동 드라마였다.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충북인의 표상처럼 말이다.

공직생활 마무리 작품처럼 되어버린 "2015년 제1회 세계유기농엑스포"도 참으로 의미 있는 국제잔치이다. 성공리에 개최하기 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에 도와 괴산군은 물론 도민 모두가 합심하여 잘 추진했으면 한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인가 정부미와 일반미의 경계선에 서서 별 걱정을 하고 있네그려. 내 인생의 전부요 가치였던 충청북도여 지방공무원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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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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