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청원군다문화센터 교사

올해 한국어 수업을 모두 마쳤다. 크리스마스 전 주에 다문화가족들의 한국어 수업이 모두 끝났다. 허전했다. 바쁘게 달려온 1년을 돌아보면서 잠시 가까운 나들이를 다녀왔다.

음성에 있는 봉학골을 다녀왔다. 여유 있게 나선 길에 매서운 바람과 희망 같은 햇볕이 동행해주었다. 음성에 도착하자 동행자가 더 생겼다. 음성에 사는 대학 동기이자 글 벗 친구가 함께 해주었다.

친구가 점심에 초대를 했다. 친구는 노련한 솜씨로 뚝배기에 된장을 끓였다. 눈이 하얗게 쌓인 땅 속에 묻어둔 항아리에서 먹음직스러운 김치를 꺼냈다. 그리고 소담스럽게 큰 접시에 담아냈다. 그렇게 친구와 행복한 밥상 앞에서 마주 앉았다. 그녀는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듯했다. 밥을 먹다 말고 다시 뭔가 바쁘게 움직였다. 농사지은 것이라며 동글동글 예쁘게 생긴 고구마를 씻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서로 안부를 묻고 대답하며 점심을 먹고 찐고구마에 김치 거기다가 커피까지 마셨다. 그리고 함께 봉학골을 찾았다.

눈이 하얗게 쌓인 계곡에 바람이 지나가고 햇볕이 머물고 있었다. 여름내 북적대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고 어머니 같은 자연만이 모두 내어주고 찬 겨울 속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 눈 위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나는 발자국 소리, 빈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겨울바람 소리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손이 시리고 발끝이 시리고 코끝이 맵고 추웠지만 마음에는 따뜻한 동그라미가 생겼다.

고개 들어 빈 나뭇가지가 바치고 있는 파란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겨울에만 넉넉하게 보여주는 하늘의 품이 느껴졌다. 내일을 위해 나뭇잎을 모두 나누어주고 다음을 준비하고 서 있는 나무에게 끝없이 물었다. 아니 내 얘기를 더 많이 했다. 스스로 묻고 대답하면서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다문화가족들을 떠올렸다. 가을에 낙엽 진 나뭇가지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그 많은 눈빛들을 생각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나무인가· 지금 이 한적한 계곡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나무에 묻는다. 내년 2월에 만나게 되는 다문화가족들에게 어떤 잎을 보여줘야 할까· 어떤 꽃을 보주며 어떤 향기를 전해줘야 할까·

얼마 전 크리스마스에 다문화가족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떠올려 본다.

'네 고마워요 선생님 건강지심해세요'

'선생님 건강하시고 고마워요 사랑해요 선생님얼굴 예뻬요'

'Merry chrimas, teacher.. Have a wonderfull christmas.. missing you.'

'선생님 크리스마스 행복하고 놀아 재미잘해요 사랑해요'

소중한 이 문자메시지를 저장해두었다. 철자가 좀 틀렸어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친구와 봉학골 계곡 눈길을 걸으며 나는 겨울나무에 수없이 많은 질문을 했다. 아니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도 내내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시를 외며 묻고 또 물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