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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근호

전 충주시 지현동 주민자치위원장

품을 밟을 때 '이~크, 에~크' 소리를 내는 택견. 어깨는 으쓱거리며 몸은 앞뒤 좌우로 흔들흔들, 팔은 이리저리 허공을 휘젓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동작으로 상대를 발로 차거나 넘어뜨리는 우리나라 전통 무예이다.

이런 택견이 지난 11월 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세계의 전통 무예 가운데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록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유네스코는 택견을 두고 음악적이며 무용적인 리듬을 지니고 있어 예술성 짙은 무예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동안 택견의 무형유산 등록을 위해 애쓴 세계무술연맹과 충주시의 눈물어린 노력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사실 택견은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도 그려졌을 정도로 그 역사는 오래됐다. 또 조선시대에도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에도 등장하는 등 익숙한 무예로 우쭐거리는 유연한 동작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택견은 핍박을 당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해방 후에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서울에서 충주로 내려와 택견에 정진한 신한승 선생의 노력으로 83년 6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로 지정되면서 부활의 기반을 다졌다.

택견의 특징은 공격적이지 않고 방어적이라는데 매력이 있다. 다른 무술들은 강한 것만 추구하지만 우리의 택견은 3박자의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상대방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제압하는 배려심과 물러서지 않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무예라고 할 수 있다.

택견 시연을 보면 '이크, 에크~' 몸짓 가락에 흥겹게 손뼉 장단을 칠수 있으며, 품밟기와 활갯짓 이 안에는 공격과 방어가 다 들어있으니 그야말로 배려와 상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제 택견은 충주의 큰 자랑이 되었다. 충주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택견의 전승과 보급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택견전수관을 건립하고 시민 택견 체험교실, 시립 택견시범단을 운영하는 등 택견 보급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지난 98년부터 택견이 모태가 되어 태동한 충주세계무술축제를 13년간 개최하면서 무술의 도시 충주를 알리고 지구촌 세계인들에게 부드럽지만 강한 택견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충주 택견은 고 신한승 선생이 집대성하면서 오늘의 택견 모습을 갖췄고, 현재는 2대 인간문화재 예능보유자 정경화씨가 전수를 받아 충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충주는 택견의 고향과 다름없는 만큼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

먼저 사분오열되어 있는 택견인들의 단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한국택견협회, 대한택견연맹, 결련택견계승회 등과도 갈등관계를 극복하고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택견체험과 생활체조의 보급과 확산 등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류무형유산 선정을 계기로 택견을 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택견은 부드러운 무예이다 보니 다른 무예에 비해 관절에 무리가 적게 가고 리듬을 타는 운동이어서 무릎과 허리가 좋아진다. 또한 신체 균형감각을 잡아주어 몸을 탄력있게 만든다. '이크' '에크'라는 소리는 신명나게 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니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참살이(웰빙, well-being) 무예이다.

셋째, 택견을 충주를 대표하는 문화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세계택견대회, 충주세계무술축제 등 국제행사는 내실 있게 치르고, 수려한 자연경관, 중원문화권의 유적, 구수한 충주 인심 등을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이제 충주는 택견의 마루지('으뜸이 되는 부분'이라는 뜻)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어느 공원을 가든 택견 체조를 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모두 택견의 대중화에 힘과 지혜를 모아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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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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