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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근

변호사

지난 토요일 오전, 충북참여연대에서 주관하는 사랑의 내복 보내기 행사에 참여했다. 독거노인 100여분에게 내복을 전달하는 행사였다. 난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 2명과 팀을 이루어 가덕면에 사시는 어르신 네 분께 전달했다. 집 주소가 생소하고, 눈까지 내려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내복을 받으시고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일을 같이 한 고등학생 친구들에게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저녁에는 충북대 중문 부근에서 제이티에스(JTS, 주로 북한, 인도, 필리핀 등지의 굶주리고, 아프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빈민구호단체)가 주관하는 모금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매년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이루어진다. 난 전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를 데리고 나갔다. 아내는 중학교 1학년인 큰애를 데리고 성안길로 갔다. 행사는 두 곳에서 이루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과 일나누기를 한 다음, 어깨띠를 두르고, 둘째와 짝을 이루어 모금에 나섰다. 날이 꽤 추웠다. 아이의 목도리와 모자를 단단히 챙겨주었다.

"국제빈민구호단체 제이티에습니다. 북한과 제3세계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모금하고 있습니다. 1,000원짜리 한 장이면 굶주리는 아이들 몇 끼 식사가 됩니다. 마음을 내 주십시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따라붙어 자그마한 전단지를 건네주며 기부를 부탁하였다. 처음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내 말을 집중하여 듣고는 말이 끝나자마자 돈을 내는 사람, 듣기는 하지만 웃으면서 그냥 가는 사람, 바쁘다며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 등등.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전에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내가 보였던 반응이 떠올랐다. 난 그런 모금에 꽤나 부정적이고 소극적이었다.

2005년경 난 정토회(불교수행단체)가 주관하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단기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나를 내려놓고, 내 것을 내려놓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 마지막날 새벽에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 영상을 보여주었다. 먹지 못해 바싹 마른 몸. 그 조그만한 몸뚱이에서 물기가 다 빠져버린 듯 했다. 눈물이 나왔다. 한 때 북한에서는 2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주로 아이들)이 굶어죽었다고 한다. 그런 비참한 현실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도나 캄보디아, 필리핀 등 제3세계의 빈민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모금을 하면서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아이들을 떠올리면 용기가 났다. 그런 간절함이 전달되었음일까. 우리를 지켜보던 학생 몇이 자기들끼리 모은 돈을 가져와 모금통에 넣었다. 모금통은 천원짜리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이 가져온 것에는 만원짜리도 있었다. 어떤 친구들은 따뜻한 음료수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덕분에 1시간 동안의 모금활동을 재미있고 힘있게 할 수 있었다. 모아진 돈은 제이티에스 본부로 보내져 북한과 제3세계의 굶주리고, 아프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

사실 봉사는 남을 위한 것 같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자기수행의 측면이 강하다.

먼저, 처음에 봉사를 하려면 주저하는 마음이 생긴다. 쑥스러운 마음과 내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주저하는 마음'이 '그래도 한번 해보는 마음'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마음의 변화는 삶의 다른영역에서도 그대로 응용될 수 있다.

다음으로, 모금하는 경우, 미리부터 돈을 낼 것 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여, 돈을 낼 것 같은 사람에게만 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런 마음이 생겨도 그냥 가리지 않고 차례로 다가가면, 예상과 달리 선뜻 돈을 내는 분들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토요일 모금에서는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살폈다. 봉사는 자기수행이다. 남과 내가 서로 연관된 하나임을 아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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