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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는 세계를 주리'

안도현 시인의 詩 '땅'이다. 수중에 단 한 평의 땅도 가진 것이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유산(遺産)을 차근차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 2011년 청주시 자원봉사자대회에서 봉사부문 청주시장상을 수상한 박정규씨다. 그에게는 자녀가 2명이 있다. 고2인 큰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딸이다. 이들도 어려서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다니며 자원봉사활동을 해왔다. 큰 아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그때부터 쌓아온 봉사시간이 무려 1,062시간이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딸의 봉사시간도 무려 815시간에 이른다. 박씨의 2,730시간을 더하면 모두 4,607시간이다. 큰 아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하시는 봉사활동은 생활의 일부였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며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라며 "봉사는 그냥 밥 먹고 학교 다니고 공부하는 것처럼 저에게는 그저 하나의 일상이었어요. 전 어릴 때, 봉사활동이 아버지의 직업인줄 알았어요. 늘 아프시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힘을 내 하시는 일이 봉사활동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박씨가 봉사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애달프다. 그의 학력은 초등학교 2학년이 전부인데다 만성 천식환자였다. 12살 때, 새어머니의 잦은 폭력을 피해 가출했다. 그 뒤, 그는 신문배달, 자장면 배달과 식당 설거지, 양계장, 공장인부, 막노동 등을 전전하며 어렵게 살았다. 그러다 공장 동료의 어머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동료의 어머니는 틈만 나면 누군가를 도왔다. 알고 보니 장애인과 노숙자들이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돕다보니 내 가슴의 맺힌 응어리들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녹아낸 자리에는 묘한 기쁨이 차 들어왔다. 아무리 내 삶이 힘들어도 봉사는 놓지 않았다. 봉사는 나를 지탱해주는 또 다른 힘이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우수한 성적과 학벌'을 가장 많이(36.3%) 꼽았다. 창의성(24.7%), 바른 인성(17%) 등을 꼽은 학생들도 있지만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학생은 불과 8%였다.

큰 아들의 장래 희망은 '사회복지사'다. 작은딸의 꿈은 '제과제빵사'다. 두 자녀에게 왜 이 직업을 선택했냐고 묻자 큰 아들은 "지금처럼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작은 딸도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박정규씨가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진정한 유산(遺産)은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아직 터지지 않은 그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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