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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청원군다문화센터 교사

아침 일찍 휴대폰 벨이 울렸다. 베트남에서 온 여성결혼이민자의 남편이 걸어온 전화다. 그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부탁할 것이 있다는 말을 급하게 꺼냈다.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겨우 인사를 한마디 건넨 후, 이야기 들을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은행 업무에 관한 부탁을 해왔다. 계좌이체로 통장에 입금을 했는데, 베트남여성인 아내가 그 의미를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는 말을 했다.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사는 이 부부는 한국어 지도사를 통하여 문화를 읽고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몇 달 전, 다문화가족들과 통장 만드는 것을 문화수업의 하나로 진행한 일이 있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경제관념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교통이 원활하고 화려한 상품들이 진열된 대형마트나 시장엘 가면 여성결혼이민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은 예쁘고 화려한 것에 시선을 빼앗기고 지갑을 열게 된다. 집에 돌아오면 지갑은 비어 있다. 그러면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또 손을 내밀게 된다.

다문화가정을 이루면서 초창기 다문화가족들이 겪는 일 중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은 대체적으로 통장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또한 그 용도를 모르기 때문에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통장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저축을 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에 현금을 지니고 있으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저축을 해야 하고 통장과 카드를 사용하니까 이해가 좀 어려운 듯하다. 계좌이체를 해서 돈이 통장에 들어오고 빠져나간다는 것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전화를 걸어온 다문화가족도 그런 문제로 답답해서 부탁을 해 온 것이다. 그리고 월급을 타면 남편이 돈을 다 쓴다고 생각하고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금과 보험에 대한 것을 좀 이해시켜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여성결혼이민자와 은행엘 다녀왔다.

남편이 통장에 돈을 보냈다고 하고, 여성결혼이민자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통장정리를 해서 보여줬다.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여성결혼이민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듯이 통장을 들여다봤다. 다시 통장의 앞표지까지 살펴보고 현금인출기를 보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그녀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을 말해주자 어렵다고 손을 저었다. 카드 사용하는 법도 알려주자, 그때서야 비밀번호를 이해하는 듯했다. 처음 통장을 만들 때는 비밀번호를 이해시키기가 좀 어려웠는데, 카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문화 읽기를 먼저 해야 한다.

이렇듯이 모국에서 길들여진 삶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와 충돌 할 때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의 문화를 읽어야 하며 또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어 수업을 하다보면 여러 나라의 문화적인 공통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서로 마주보며 반가움의 미소를 짓게 된다. 그렇게 웃게 만드는 것이 바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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