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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선

양청고 교사

출근 준비를 하면서 sbs 미래한국리포트 "경쟁의 딜레마"를 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발표자 멘트에 시선은 고정되었고, 출근을 해야 하기에 학교로 오는 길 동안에도 DMB로 계속 시청을 하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내용 전부는 보지 못했지만 한참 생각 후 아들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무한경쟁에서 너무 힘들어 하지마라. 경쟁하지 말고, 창의력 있게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네가 하고 싶은걸 하렴. 너가 바라는 꿈을 꾼 후에 네 멋대로 해라.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지난 2일 SBS가 '경쟁의 딜레마'를 주제로 연 '미래한국리포트'에서는 경쟁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우리사회가 경쟁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여기에서 공통된 의견은 개별적이고 치열한 승자독식구조의 경쟁보다는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공존의 생태계를 찾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해준 발표자였던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분명 경쟁의 힘이 컸으며, 이의 성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소득 2만 달러까지 도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지금은 과도한 경쟁이 사회동력을 떨어트리는 '성장의 역설'에 빠져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로 인해 지금 한국 사회의 경쟁 상황은 '실력 경쟁'에서 '간판 경쟁'으로 전환된 상태로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이 저마다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그 경쟁이 스스로의 실력 경쟁이 아니라 간판 경쟁으로 결국은 제자리에 빠지고 마는 현상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대학진학률은 84%이지만, '명문대학' 졸업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어떠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동안 공부를 하고 고학력자가 많은 나라이면서도 학문적으로 노벨상 하나 없는 나라가 아닌가·

학교에서의 경쟁 딜레마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입시위주의 교육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상위권 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의 전 학교 단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일의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은 전국의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는 날이다. 소위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학 능력 시험 점수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전국의 수험생들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수학 능력 시험 점수를 높이려 주력한다. 그만큼 입시 위주 교육은 수험생을 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크나큰 부담이다. 이렇듯 한국은 경쟁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 전 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남보다 앞서려는 심리가 경쟁의 주요동기가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문제가 되어버렸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보릿고개, 헝그리 정신을 회상하면서 오히려'풍요의 역설', '성장의 역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진정한 실력 경쟁이 아닌 간판경쟁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경쟁은 과연 효율적인가. 경쟁의 룰은 과연 공정한가.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한 이후에도 개인은 왜 행복해지지 않을까. 정말 우리사회는 아무리 달려도 결국은 제자리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붉은 여왕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이러한 경쟁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회피경쟁 대신 창의성 경쟁을, 과도한 간판경쟁보다 적정수준의 실력경쟁을, 약육강식의 승자독점보다는 조화로운 공생발전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지금 우리보다 훨씬 낮은 소득 수준이었을 때 이미 높은 수준의 시민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제도역량도 높이고, 결과적으로 공생발전의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결국 과잉경쟁의 해법은 사회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끝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정책은 '이론'보다는 '현실'에 초점이 맞추어 수립되어야 한다. 곧 새로운 이론에 기초하여 그 실효에 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책보다는 기존의 경험을 통해 얻어낸 공과를 기반으로 하여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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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