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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지난 달, 2011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성황리에 폐막되었다. 내덕동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40일 동안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청주의 문화적 수준과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 7회째인 비엔날레는 42만명이 전시관을 찾아 지난 2009년의 29만명보다 방문객이 대폭 늘어나는 등 역대 최대의 관람객을 유치했다. 외형적인 성장에 만족하기보다는, 40일 동안 비엔날레 현장에서 관람객과 함께 호흡했던 한 자원봉사자의 말은 무엇보다 의미심장했다.

"관람객의 불만이 엄청났어요. 자꾸 작품에 대해 물어보는데 우리들만 진땀을 뺐어요. 작품에 달랑 번호만 붙어 있으니 우리도 도록을 찾아보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는 거죠. 적어도 작품 제목과 작가의 이름 정도는 붙여놨어야 했습니다."

모든 전시 작품의 제목은 물론 작가의 이름까지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의 폭을 넓혀보겠다는 것이 이번 전시 기획자의 의도였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이런 방식을 '의도된 불친절'이라 표현했다. 정준모 비엔날레 총감독은 "미술 감상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임을, '남의 눈'보다는 '나의 눈'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준모 감독의 의도는 백번 이해간다.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김남조 시인도 "시를 발표할 때, 시작메모를 덧붙이지 않는다. 시작메모는 시를 접하는 독자들의 다양한 상상의 힘을 제한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엔날레 전시장의 작품들은 제목과 작가의 이름조차도 번호로 나열해 도록을 참고하지 않고는 도무지 작품 정보를 알 수 없었다. 마치 캄캄한 밤거리를 거니는 행인처럼 관람객들은 갈팡질팡했다. 김남조 시인은 '작품 해설'에 대한 경계지, 제목과 작가의 이름조차 막지는 않았다. 제목 없는 무명시를 상상해보라. 시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에게는 적합한 감상법이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답답증을 유발할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방영된 '유홍준 교수와 함께 떠난 해피선데이 1박2일의 경주 답사편'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찬사를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아는 것만큼 보인다.'였다. 유홍준 교수의 세심한 설명이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흔들었던 것이다. 나는 저암 유한준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을 비엔날레 관계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얼마 전 독일 도르트문트의 오스트발 미술관에선 큰 소동이 났다. 약 12억 원짜리 독일의 현대미술 작가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설치작품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를 청소부가 훼손한 것이다. 이 작품은 나무판으로 세워진 탑형 구조물 밑바닥에 고무판으로 된 물받이 접시가 놓여 있는 형태였다. 문제는 빗방울이 떨어져 변색된 인상을 주고자 작가가 접시 바닥을 갈색 페인트로 칠해 놓았던 것인데 청소부가 솔을 이용해 바닥 접시의 페인트를 닦아내 새것처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프랑스 르몽드는 "작가는 말라붙은 물때 자국을 '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청소부는 이를 '지워야 할 얼룩'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지워야 할 얼룩'을 '예술'로 볼 수 있는 안목을 만드는 것은 끊임없는 교육과 친절한 설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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