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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13 16:34: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화정

청주시 사회복지협 사무처장

얼마 전 개인적인 사무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30여분동안의 이어지는 질문들은 산소마스크가 필요할 만큼 폭포수처럼 나를 질리게 했다.

그런데 압권은 쏟아지는 질문이 아니라 마지막 질문이었다.

사무와 관련 없는 듯한 질문 내용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뭔가 둔탁한 것이 '퍽'하고 나를 넉다운 시키기에 충분했다.

'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 무엇이었느냐·'

남들은 쉽게 대답할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다 들었다.

어정쩡한 대답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진심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혹여 인생에 있어 어렵게 느껴지는 일과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입니까·'

나는 현재로서는 쉽게 느껴지는 일 보다는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진심으로 잊고 싶어 미치겠는 일이 끝내 잊혀 지지 않는 것이 어려웠고, 최선을 다해 용서하고 싶은 것을 용서 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실수를 인정하기 어렵고 충고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고 남에게 너그러워 지는 것도 그에 포함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향보다는 판에 박은 듯한 행동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생각을 먼저 하고 행동을 나중에 하는 것도 어려웠다. 언제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그리고 참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못해 사시패스 과정만큼이나 어려워 겨우 한 두명으로 남는 것도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내 자신을 알기가 어렵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는데 누군가를 이해하기가 쉬우랴!

내 수준을 입증하는 것은 지금 내가 잘 가는 곳,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나의 현재수준을 말해준다고 했는데 내가 잘 가는 곳에서 내가 자주 만났던 사람들이 책을 읽는 시간을 빼앗고 있으니 할 말 다한 것이다.

어느 한 단면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기에 수없는 실수연발인가보다.

나의 단점은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다는 것이었다.

하찮게 생각했던 사람은 오히려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중인격의 모습으로 뒤통수에 화살을 꽂고도 배시시 웃는다.

' 지금껏 살아오면 가장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던 인터뷰 내용은 한참을 혼란스럽게 했다.

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눈바람을 뚫고 4만km를 날아간다. 동료와 같이 가면 71%나 더 빨리 날 수 있으며, 도중에 총에 맞거나 아픈 동료가 있으면 대열에서 이탈, 임종까지 지키거나 원기회복까지 기다리며 도와준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은 까닭에 우린 외로운 건지도 모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하는 아프리카 속담을 되새겨본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그러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올바른 일을 오랜 기간 계속해 나가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쉽게 이루어 질 것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일들을 버리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 반대의 사람들은 상대의 결점을 지적하는 데 능숙하고 쉽사리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타인에 대한 잣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잣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씁쓸하게 되돌아본다.

그날의 인터뷰는 내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했고 내 지표를 새롭게 수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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