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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근

세명대 교육학 교수

1950년대 흥행한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영화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이 있다. 10대의 영원한 우상인 제임스 딘과 청순한 이미지의 나탈리 우드가 주연한 이 영화는 10대들의 방황과 폭력, 풋풋한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목의 하나는 캄캄한 밤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이다. 영화의 내용은 어느 학교에 막 전학 온 짐 스타크와 그에게 싸움을 건 토박이 패거리 대장 버즈 사이의 목숨을 건 대결이다. 이들의 대결은 해안 절벽을 향해 자동차를 몰아 질주하는 위험천만한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는 겁을 먹고 차에서 먼저 뛰어 내리면 지게 된다. 차에서 먼저 뛰어 내리면 안전하게 목숨은 건지지만, 또래들 사이에서 영원히 겁쟁이의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한다.

드디어 운명의 대결이 벌어진다. 짐은 집을 나와 대결의 장소로 나간다. 둘은 동시에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먼저 뛰어 내린 사람은 짐이었다. 그는 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뛰어 내린다. 그런데 버즈는 자동차와 함께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짐의 싸움의 적수, 사랑의 라이벌인 버즈는 그렇게 죽어 간다. 그 역시 뛰어내리려 몸부림쳤지만 옷이 자동차 문에 끼어 뛰어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 10대들의 치기어린 싸움은 치킨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치킨게임은 한밤중에 자동차를 몰아 서로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면서 먼저 핸들을 옆으로 돌려 피하는 사람이 겁쟁이가 되고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이런 치킨게임은 어느 한쪽이 패자가 되기로 각오하지 않으면, 싸우는 두 사람 모두가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무모한 게임이다. 국제정치용어인 치킨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는 냉전시대에 벌어진 미소간의 핵경쟁이다. 남북간의 군비경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치킨게임은 국내정치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여야간의 여러 정책대결이 주로 치킨게임이다. 여기서 타협은 있을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는 일이다. 최근 미국과의 FTA 협정 체결도 여야 모두 당운을 걸고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내년 총선과 연계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여당이 굴욕적인 불리한 협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여야 정당 간에도 그렇지만 당내 계파간에도 그렇다. 생산적인 대화나 타협은 사라지고 이해관계만 따져서 대립만 계속되는 난타전의 연속이다. 이런 양상들은 정치가 아니고 국민을 인질로 하여 벌이는 무모한 결투일 뿐이다.

이런 치킨게임은 비단 정치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서로 상대방을 음해한다.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이전투구로 폭로전을 펼친다. 서로가 유혈이 낭자하게 싸운다. 목숨까지 버릴 태세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들이 별 것 아닌 일들이다. 후회되는 일도 많다. 자칫 물속으로 추락할 지도 모르는 외나무다리에서, 염소 두 마리가 머리를 대고 힘을 겨루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다. 무조건 이기기 위해 담력을 과시하려는 무모한 싸움은 이제 그만 두자.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치졸하게 배수진을 치는 싸움은 이제 접자.

치킨이란 말은 겁쟁이란 뜻이다. 치킨게임이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정도로 어리석고 비겁하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말이다. 아무데나 목숨을 거는 것은 미성숙한 사람의 행동 특성이다. 성숙한 사람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합리적인 대화로 상생하는 길을 찾는다. 이제 우리 정치와 사회 모두가 치킨게임이 아닌 성숙한 경쟁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정치가 좀 더 성숙해지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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