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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요즘 이곳저곳으로 운전하며 다니는 길 위의 흥취가 그만이다. 가을의 막바지 풍경 때문이다. 은행나무의 샛노란 색, 후박나무의 노랑 섞인 갈잎, 단풍나무의 선홍빛 등이 어우러진 색감의 조화가 눈을 황홀하게 한다. 곳곳에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으니 공짜 선물을 지천으로 받은 흐뭇함을 감출 수 없다. 자연이 선사하는 안복이야말로 호사 중의 호사가 아닌가 한다.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의 이 짧은 시는 가을이 다가온 정취를 아주 깊고 정감 있게 전해 준다. 누이의 눈으로 발견해내는 가을이야말로 봄빛보다 아름답다. '누이'라는 말이 주는 인상은 언제라도 애틋하고 아련한데, 그 누이가 깜짝 발견한 가을은 누이의 볼처럼 붉은 가을이다.

생각해보면 가을은 봄보다 화사하다. 스러지기 직전의 나무들이 마지막 사력을 다해 선연히 제 혼을 밝히는 것처럼 온 산과 숲들이 눈부시다. 사람살이에 지쳤을 때 자연이 주는 휴식은 생각 이상이다. 그래서 실제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숲과 산으로부터 치유를 받곤 한다.

우리나라도 청태산 축령산 등 여러 산이나 숲 곳곳에 치유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면역체계 강화물질인 피톤치드가 염증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산화되기 쉬운 독성이나 노폐물을 제거해 주는 작용을 하며 심폐기능까지 강화해 준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 향상과 긍정적 정서 변화에 적지 않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하여 전국적으로 속속 산림치유마을, 중독치유센터 등이 조성될 예정이며 산림청은 질병예방, 치료, 재활까지 포괄하는 통합의학 프로그램 구현이 최종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얼마 전 청주에 다니러 온 처제를 보은 집까지 태워다 준 적이 있었다. 특히 시어른을 모시고 살며 요즘 젊은 부부답지 않게 넷이나 되는 아이를 둔 처제는 오랜만에 보는 나들이 풍경에 즐거워했다. 가을 경치에 연신 감탄하며 가는데 처제의 휴대폰이 울렸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네 살짜리 막내 조카인 듯 했다. 그런데 통화를 마친 처제가 소리 내어 웃는다. 이유를 물은즉 아이가 "엄마, 빨리 내게로 와."하더란다. 그 '내게로'라는 표현에 나도 웃었다. 그렇다. 자연이 주는 감흥이 아무리 멋지다 해도 길의 끝에는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며칠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안타까이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대장이 2005년 북극점에 도달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인터뷰한 자료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감회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보다도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어서 더 기쁘고 행복합니다."

평생 산에 대한 열정을 태웠던 산사나이였지만 그가 결국 도달하고자 했던 것도 가족의 품이었다.

사람이 들어 있어 자연도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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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