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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농정국장

지난 6월말 공직을 그만두고 나서부터는 외손자를 돌보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었다. 결혼하고 나서 30여년을 넘게 직장에만 매여 살았던 관계로 퇴직을 하게 되면 아내와 함께 그동안 가보지 못하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국의 유명한 산을 찾아 등산도 하고, 시원한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해안가에 단 며칠만이라도 숙소를 잡아 놓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눈으로는 멀리 동해 바다 수평선 너머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지켜보며 소원도 빌어보고, 서해 바다로 가서는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落照)현상도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아무리 곤한 잠에 떨어졌다가도 새벽닭이 울 때쯤이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짭짤한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수산시장에 들러, 만선(滿船)인 채 콧노래를 부르며 어항으로 돌아와 잡아온 고기를 경매시장에 내 놓은 싱싱한 회를 실컷 먹어 보고도 싶었다. 그런가 하면 서해와 남해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크고 작은 유인도(有人島)도 다녀볼 심산(心算)이었다. 그런데 적어도 이런 계획들이 얼마간은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주 우연하게도 공직을 그만두는 그날부터 딸아이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직을 하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외손자를 맡아 돌봐 주어야 한다는 커다란 벽에 부닥치고 말았던 것이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딸네 집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고 저녁에 퇴근을 하는 생업이 아닌 직업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손자를 돌보는 일은 이미 30년 전, 누구의 도움 하나 없이 두 아이를 키워낸 아내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고 필자는 그저 시간이 되면 틈틈이 들려서 아내가 해 달라는 일을 조금씩 도와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공직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손자를 돌보는 일에서 아내는 정(正)이 되고, 필자는 부(副)가 되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밖에서 특별한 오찬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 하고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외손자와 놀아 주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답답하고 귀찮고 불편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이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니만 이제는 아예 손자 보러가는 매일 매일이 기다려지는 마법에 빠진 사람처럼 되어 버렸다. 주말이나 공휴일로 손자와 떨어져 있을 때에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는지 월요일 아침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가 배를 바닥에 깔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옹알거리며 무엇이나 붙잡고 일어서려는 귀엽고 예쁘기만 한 손자를 번쩍 들어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근길을 서둘게 마련이다.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효도해야 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지만, 부모님들이 자식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사랑하라는 교육을 굳이 받지 않더라도 자식들에게 정도를 벗어나리만큼 무조건적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시지만, 세상의 자식들은 그런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효도는커녕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께 효도해야 된다는 교육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외손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손자 녀석에 대해 갖게 되는 사랑스런 마음의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 만큼이라도 부모님 살아 계셨을 때 마음 편하게 해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이 깊어가는 가을의 허전함처럼 머릿속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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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건물에 발생하는 화재는 곧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대량의 타이어가 타며 가연 물질이 나온 것도 화재 진압 어려움의 원인이었지만 공장의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형 화재 발생 시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혀 온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제한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11일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건축물 내·외부의 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 심재 모두 화재 안전성 확보가 의무화됐다. 강화된 법 개정으로 준불연·불연 건축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충북도내 선도적인 제품 개발로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SSG에너텍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효율의 건축자재를 개발·제조하는 종합건축자재 전문기업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IP패널(Insulation Panel: 동적내진설계용 준불연단열일체형 패널)'은 마감재와 단열재를 일체화한 외단열 마감 패널이다. 이을성(59) SSG에너텍 대표는 "단열·내진·준불연 세 가지 성능을 충족하면서 일체화된 단열·마감재는 SSG에너텍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