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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06 17:43: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낙축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 중 인간을 제외한 모든 자연계. 뭍에 살든 물에 살든 동식물 및 어패류(魚貝類)에게는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물론 문자도 없다. 허나 동물에게는 '소리'라는 그들만이 낼 수 있는 특이한 음성언어로 소통한다. 또한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몸짓언어(body language)'도 있다.

애완용 동물 중, 비교적 사람들과 친숙한 애완견은 낯선 사람이 위협을 가하면 사납게 짖는다. 그러나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꼬리'로 말한다. 꼬리가 언어다. 고슴도치의 경우 온몸에 돋아난 '가시'가 그의 말이자 언어이다. 자신을 해코지하는 외부의 공격이 있을시 그의 가시는 무기라는 이름의 도구가 된다. 그러나 가족을 돌볼 때는 부드럽고 따뜻한 언어가 된다.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신은 물론 가족을 보호한다.

열대어를 비롯해 각가지 희귀어가 제각기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며 노니는 수족관(水族館)은 어류들이 펼치는 언어의 경연장이다. 말이 없는 그들과의 유일한 대화는 현란한 몸짓과 눈 맞춤이다.

동물들과는 달리 나무를 비롯한 이동력이 없는 모든 식물은 자신들의 말을 하고 싶을 때는 자연의 도움을 받는다. 자연과의 약속을 소중하게 지킨다. 바람(風)은 그들의 말과 언어를 대신 들려준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미풍(微風)에도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맑고 하얀 햇살에 고개를 든 코스모스 꽃이 가을을 알린다. 해맑은 얼굴을 드러낸 해바라기는 시간을 가리킨다. 곱게 물든 낙엽과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빚어낸 아름다운 말이 파란하늘에 넘쳐난다.

바람 못지않게 물도 자연의 말과 언어를 지니고 있다. 물의 흐름에 따라 자아내는 물소리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orchestra) 연주에 버금가는 감미로운 자연의 교향곡이다. 계곡 물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듣는 맑고 시원한 물소리는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자연에 담겨 있는 말과 언어에는 거짓이 없다. 다툼도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언어 또는 문자는 줄잡아 2,500가지 내지 3,500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다가 조형예술, 사진 등 인간의 시각에 의해 생활과 경험을 재현한 시각언어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량의 말과 언어가 활용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의 말이나 언어는 소멸되었거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여러 번 듣다보면 식상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이겠는가· 어떻든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말을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음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한나라 법가(法家) 한비자(韓非子)는 성선설(性善說)을 앞세운 순자(荀子)의 제자다. '사상가들의 무기는 말이다.'하며 믿음이 없는 말은 말이 아니기에 말을 아낀 그는 차라리 '말더듬이'로 살았다. 고 한다. 사람들의 말에는 신의(信義)가 있어야 된다. 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말이 있고 언어가 있다는 것은 기적이다. 사람들은 일생동안 얼마나 많은 말을 주고받을까· 좋은 말만을 듣고 좋은 말만을 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보람된 삶은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운 말.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바람은 곱게 채색된 오색단풍잎을 붉은 대지에 흩날린다. 고운바람과 함께 찾아든 물소리가 호수에 잠긴다. 가을을 반기며 아름답고 행복한 풍요로운 가을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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