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청원군다문화센터 교사

언젠가 산에 올랐다가 쓴 시 '응, 그렇구나'의 전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산에 올랐다

산길에서 부자를 만났다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녀석이

제법 무거워 보이는 나무 두 토막을

한 손에는 들고,

다른 손으로는 끌어안고

겨우 걷고 있다

무거운데 그만 버리라고 하는

앞서가던 아버지 말에

절대 안 된다고 대답하는 아들

왜 안 되는데?
다시 묻는 아버지 말에

딱따구리집이기 때문이란다

딱따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 있어?

어디에 사는지 알아?

아버지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예, 나무를

더 꽉 끌어안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녀석이 하는 말

쉿!

이 나무 안에 살아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버지

응, 그렇구나

이 시는 2연으로 구성되었으며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가지고 쓴 작품이다. 대화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연, 아버지의 대답일 것이다. 아들의 말을 인정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인정해주는 아버지 앞에서 당당함을 배우는 아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도 떠오른다.

나는 다문화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이 시를 떠올릴 때가 참 많다.

얼마 전, 다문화가족 중 베트남에서 온 학습자가 아픔을 겪었다. 한국에 온 지 5개월이 좀 넘었는데, 뱃속의 아기를 잃는 슬픔을 당한 것이다. 당차게 미래를 설계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녀의 실망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기운이 빠져나간 몸, 창백한 얼굴, 힘없는 눈빛과 목소리…. 난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그냥 꼭 안아주었다. 그냥 두 손 잡고 그녀의 생활을 그대로 인정해주며 바라봐 주었다.

그녀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두통을 심하게 앓았다. 일종의 향수병으로 느껴졌다. 그럴 때 그녀는 쑥을 끓여 김을 쐬며 두통을 극복했다. 그 후,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는 마늘과 칼을 잠자는 방에 두고 잔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의 아픔 뒤에는 지폐 한 장을 물에 담궜다가 강물에 띄워 보냈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은 그녀의 고향인 베트남에서 전해지는 민간요법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요', '그래요', '그렇지요' 등과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었다. 그러면 그녀는 밝은 웃음으로 대답을 했다.

그녀는 지금 눈에 띄게 몸이 좋아지고 표정도 밝아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며 봐주는 것이 그녀에겐 힘일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