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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호

주성대 교수

요즈음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아 봄과 가을이 없어져 가는 느낌이다. 여름의 폭풍우 몰아치면서 빗줄기가 흠씬 내리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어느 사이인가 을씨년스럽게 변덕부리더니 낙엽이 뒹구는 초기 겨울이 온 기분이다. 도시 한복판의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들이 여기저기 흩날리기도 하며 노랗게 물든 은행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낙엽이 춤추는 그러한 모습에 넋을 잃게 하는 계절의 끝자락에 선 기분이다.

벌서 겨울에 들어선 것인가· 사계절 중 가을의 종반인 11월에 들어서서 더욱 스산한 날씨가 빈번해지며 밤낮의 기온차가 있어 날씨가 어두워지면 가벼운 오리털 옷을 걸쳐야만 하는 날씨인 듯하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의 양면성을 내포한 계절이며, 풍요와 결실이라는 완성의 개념에서 벗어나 석별, 이별, 쓸쓸함, 외로움이라는 감성적 허전함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여 외로움을 가슴에 담는 여성들의 그리움이 담아지는 미완성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각 사각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을 살짝 밟으면 그 안에서의 내 모습이 마치 침몰하는 연인의 기분처럼 소외감 느끼게 하는 가을인가도 싶다. 물질적 완성은 이루어 졌을망정 정신적인 갈구를 추구하는 미완성이 내포된 그러한 계절인가 보다.

얼마 전 출근 길 몇 구간을 지나가는데 가로수의 노란 은행나무와 빨간 단풍나무가 단장을 하고 있었다. 가로수길 은행나무의 엷은 노란색이 점차 진한 노란색으로 되어 화사하게 장식하더니 어느 사이에 하나 둘 떨어지면서 가로수 길에 엄청난 크레파스로 색칠해 놓은 듯 했다. 오늘도 지나가는 중에 바람에 자극을 받아 우수수 낙엽비가 내린다. 차를 타고가면 뒤로 따라오는 낙엽의 진풍경이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어떤 시인은 가을 낙엽을 두고, 빨간 금빛 찬란한 단풍잎들이 창문을 떠돌며 가을 노래를 구슬피 불며 길을 떠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추억의 연정을 가슴에 품은 채 눈물을 감출 수 없어 돌아보면서/ 임의 얼굴이 낙엽이 되어/ 바람에 쓸쓸히 굴러가 어느 곳에 멈추어 썩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날리는 낙엽을 무수히 쓸어안고 여기서 절절이 배어 나오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몸부림을 친다고 하였다.

봄날의 나뭇가지에 새싹이 나오면서 한창 자라서 줄기에 영양을 공급하다가 다시 중단하며 동면에 들어가기 위해 잎새를 떨구어 버린다. 낙엽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퇴비로 남는다. 이러한 낙엽이 파릇한 나뭇가지와 봉우리에서 붙어 있다가 떨어지면 저만치 아니 행방이 묘연하게 나뒹굴다가 썩어질 것이 뻔한데, 우리네 사람도 한 때의 직위에서 화려함을 뽐내다가 언젠가는 퇴직하고 직위에서 물러나 쓸쓸히 고독을 즐겨야 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어느 시인은 낙엽과 사람을 동일선상에 놓고 시간을 아끼자고 하지 않았던가·

낙엽, 너와 내가 일반이고/ 나도 너처럼…/ 왜 그리 미움의 비수로 밤 잠을 설쳤던가· /

파릇한 봉우리가 엊그제였고 화려한 뽐냄이 그리도 짧으니/ 우리! 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고.

마음이 동하고/ 생각이 살아있는 이 순간!/ 너무나 귀하고, 너무나 값지고/ 너무나 아까운 이 고귀한 시간을 우리! 묻히지 말자/ 이 순간을 엮어 살리고/ 흐르는 시간을 내동댕이치지 마라. /알알이 엮은 시간! 그 세월은 찬란하기만 하다.

잎새가 자랐다가 떨어지는 것이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부귀영화도 한때, 성냄도 미움도 짧은 시간에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것이다. 흐르는 시간을 버리기에 너무나 짧은 것이다.

어느새 가을이 왔나 싶더니 낙엽이 떨어지고, 파릇한 연두 빛의 새싹이 태양을 사모하더니 어느새 신록이 되어 이제는 그의 열정도 식으며, 온산을 녹색의 그리움으로 임신했지만 어느새 출산의 홍엽(紅葉)이 되어 차가운 가을바람에 넋을 잃고 떨리는 모습으로 인사한다고 어느 시인은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어둠이 포효하는 이 가을밤!/ 떠나가는 가을이 아쉽다고/ 울어대는 귀뚜라미 얼굴에도/ 이별의 아픔은 몰려옵니다. 세월이 지나가고/ 여름도 지나가고/ 그리움도 떠났습니다. /사랑했던 그녀도 떠났습니다. 가을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낙엽도 우수수 떨어집니다.

완성과 미완성의 교차로에 서서 가을을 만끽하면서, 정(情)을 여닫게 만드는 가을의 뒤뜰에서 아픈 허리를 들추며 들깨와 콩을 털며 한창 겨울준비에 몰두하시는 어머님의 가을걷이가 오늘을 생각하게 합니다. 일찍 일어나 가마솥에다 구정물과 여물을 넣고 소죽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느끼게 합니다. 낙엽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아침의 시간 여운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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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