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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근

변호사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제목은 "검사 그만뒀습니다"이다. 제목이 조금 선정적이긴 한데,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나름대로 책 내용을 잘 대변한다는 느낌이다.

난 2009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다음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빈소에 조문을 다녀온 다음 검사를 그만두기로 결심을 하고, 그 해 7월 여름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평소 흠모하던 노대통령이 내가 몸담고 있는 검찰에서 모욕주기 수사를 받다가 돌아가신 마당에, 더 이상 그 조직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 전부터 검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면서, 서울생태귀농학교에 다니기도 하였는데, 노대통령의 서거는 검사 사직의 결정적인 계기였다.

검사를 그만두고 전북 부안에 있는 변산공동체(농업공동체)에 가 3주간 농사를 배웠다. 가끔 돈벌이에서 벗어난 것에 불안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정말로 처음으로 맞보는 '자유스러운 노동'에 즐겁고 행복했다. 이어서 문경에 있는 정토수련원으로 백일간 출가하여 행자생활을 하였다. 거기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공부(참회)'를 했다. 마음이 많이 자유로워졌다.

변호사 개업을 한 후 교도소로 구속된 피의자 접견을 가게 되었다. 교도소 담장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 나도 모르게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심어진 나무의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지면서 질감을 느껴 보았다. 깊게 바람의 시원함도 들이마셨다. 일하는 시간에, 그렇게 '자유롭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교도소 담장 밖이라 더 실감났을까. 사무실에서 기록을 보고, 조사만 하던 검사 때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검사를 그만두니 자유가 생겼다. 그만두자마자 그 무렵 창당 준비중이던 국민참여당에 가입하였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소통과 민주주의)을 계승한 정당이다. 그 정당에 당비라도 내고 싶었다. 최근에 모 정당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한 검사가 떠오른다.

검사를 그만둔 후 표현의 자유도 얻었다. 그동안 필자의 칼럼을 읽어 본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필자의 생각, 느낌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부자연스러운 도시문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때로는 지금 정권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필자의 일방적인 털어냄은 아니고,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독자들과 공감하고 싶은 것들만 드러내려고 한다. 어쨌든 이런 것은 검사 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필자는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 특히, 마음의 민주주의에. 자라면서 마음을, 정서를 많이 억압한 것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그 때는 마음속에서 생기는 감정, 생각 같은 것을 억누르고 통제하면서 내가 원하는 쪽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가. 그래도 그 때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학교나 어른들도 그런 마음 속의 감정, 생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고, '바른 길(성적, 예의 따위)'만을 이야기하였다. 그것은 독재였다. 마음의 독재.

독재는 영원하지 못하다.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교 4학년 때 산 속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전까지의 독재 후유증으로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몇 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후 5시 규칙적으로 산보를 하면서 산에 있는 나무, 풀과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을 관찰하였다. 산보가 누적되면서 자연이 점점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점점 더 자연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었다. 해와 달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니 봄이 왔다. 죽은 것만 같던 나무껍질에서 새싹이 터져 나왔다. 마치 내게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자연스러움의 참맛을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그것은 진정한 자유였다. 내 마음에서 민주화가 시작되었다.

그만둔 검사가 상징하는 것은 기득권, 편안함(안주)이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변호사도 그럴지 모른다. 어쨌든 검사를 그만두면서 나의 민주화는 한결 성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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