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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환

성모성심성당 주임신부

나이가 들면서 점점 흰 머리카락이 많아진다. 염색을 하지 않았더니 거의 백발이 다 되었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염색을 하기 시작했더니 젊어 보여 좋기는 한데 눈도 나빠지는 것 같고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는 외모에 신경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흰 머리카락이 자꾸 신경이 쓰여 또 다시 염색을 하곤 한다.

TV를 보다보면 아이돌 그룹이라 하는 어린 가수들이 자주 등장한다. 쉰 세대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너무 비슷하게 생겨 누가 누군지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성형으로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어쩌면 저렇게 닮았을까 싶을 때가 많다.

얼마 전 보궐 선거가 끝났지만 어느 후보의 외모에 관해 많은 말들이 있었다. 정치를 하다보면 남녀 가릴 것 없이 미용이나 옷차림 등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은 어쩌면 매일 만나야 하는 서로에 대한 예의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모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내면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아름답게 무덤을 꾸며도 산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이 되지는 않는다.

어느 책에서 읽은 라일락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한다. 라일락꽃은 그리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그 향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느 날 꿀벌이 라일락의 꿀을 한껏 빨아먹으며 엷은 날갯죽지가 떨리도록 웃으며 말한다. "아, 정말 달콤해. 가슴이 취하도록 향기롭군. 라일락이 역시 최고야." 그러자 나비가 무슨 소리냐며 말을 받는다. "저 장미꽃이 얼마나 고운가 한 번 봐. 또 들국화는 얼마나 청순하고 의젓해. 들장미는 또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해·" 꿀벌이 이에 질세라 목소리를 높여 말을 받는다. "그들이 아무리 곱고 아름답다 해도 모두 라일락보다는 못해." "도대체 라일락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는 거야· 꽃송이는 얼마나 작은지. 재스민이 차라리 낫겠다." 나비가 딱 잘라 말하자 꿀벌이 속이 상한 듯 입을 다물며 대꾸한다. "겉모양만 봐서는 안 돼. 라일락도 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흉물스럽지는 않아. 잎은 가슴에 스미는 그윽한 향기를 만들어내고 쓴맛은 제 몸에 남겨 둔다고. 이 잎을 좀 씹어봐. 즙이 얼마나 쓴지 알아· 쓴맛은 자신에게 남기고 향기만 남에게 주는 아름다운 꽃, 아름다운 마음, 이래도 칭찬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아·" 벌꿀의 한마디에 나비는 부끄러운 듯 나풀거리고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아름답지만 상대를 가시로 찌르는 장미 같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쓰디쓴 맛은 자신이 간직한 채 남에게는 아름다운 향기만을 제공하는 라일락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

특히 선거구민들의 성원으로 어느 자리를 차지한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자신을 위한 외형적인 일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바쳐 일하고 그 열매는 국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되시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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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