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화정

청주시사회복지협 사무처장

대한민국 대학생 대부분이 가장 많은 지식과 역사를 암기하는 고3이 지난 지 겨우 서너 달 만에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백지장처럼 순백한 백사장머리가 되버린다.

참 어이없이 기특한 일이다.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학원에 과외에 엉덩이가 무르도록 공부를 했건만 그들의 지식은 서너 달 만에 정복당해버리고 말을 처음배우는 사람처럼 '옹알이'를 한다.

몇 달 전에 배운 수능시험에 나올법한 질문에도 이거였던 가· 저거였던 가· 하면서 입속에서 옹알거린다. 온전한 그들의 지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암기하기만 했던 결과이다.

인간의 어제와 오늘이 무엇 때문에 이렇듯 다를까· 인간의 망각은 필요악일까·

생각해보면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내가 대략 아는 대한민국 부부들도 결혼이후 몇 년 만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 이기고 져야 하는 상대선수가 되버린다. 그래서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었다고 하나보다.

헤어지면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수지간처럼 '으르릉' 거리는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 겨우 몇 년을 못 내다보는 어른들의 모습도 과히 기억력이 좋은 모습은 아니다. 눈에 뭐가 씌어서 결혼을 했다고들 말하지만 100% 인간과 또 다른 100%의 인간이 새로운 100%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간의 포기와 적응은 필요악 일 것이다.

50%밖에 안 되는 부족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100% 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혼'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문제라고 쉽게 결론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혼' 당사자만큼 깊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혼'을 선택 했을 것으로도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부부가 남남처럼 대면대면 지내는 것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어찌하였던 간에 그들은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원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것이기에 말이다. 먹고사는 문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직장 면접에 잘 보이려고 빗었던 머리는 이제 교묘한 7:3 가르마를 타고 날이 가면 갈수록 듬성듬성 해 질뿐 창의적 사고력은커녕 현실에 안주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우리 모두의 일은 아니지만 적은 사람들의 문제도 아닌 것이 더 마음 아프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로 생각하는 한 ,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즐거움' 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진 못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너도 나도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어쩌랴

솔직한 심정이 말하건대,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가 되는 현실을 말이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 처세술을 펼치는 직장인을 소주파라고 한다는데, 상사의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소주파 보다 더한 소맥파가 되더라도 먹고 살기위해 직장인들은 암반수처럼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산다. 우리가 배웠던 학문에서는 절대로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내용들이다.

직장만 들어가면 뭔가 해내보이겠다는 신입 직원 때의 그 간절함을 잊는데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이 또한 무엇 때문일까· 내가 문제인가 아님 사회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돌아보건대, 내게 주어진 1분 1분을 선물처럼 감사하게 생각하며 엄격하게 놓치지 않는다면 1분이 모아져 10분이 되고 10분이 모아져 십년이 될 것이다.

매순간을 엄격하고 사려 깊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소주파가 아닌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온전한 직장인, 아픔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부부가 되어 진심어린 가족이 될 것이다.

현재는 미래로의 첫발이다. 우리의 미래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른 사람과 큰 차이가 날것이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의 성장 동력은 바로 나 자신이 만들어 낸 엄격함으로 부터 시작되기에 에베레스트보다 높고 히말라야보다 더 높아서 무시무시하다는 그 '문턱'이라는 산을 넘어 기지개를 켜고 지금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1분을 엄격하고 즐겁게 만들어 보자. 그 1분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라는 의미의 '해당화'가 술자리 건배사만으로 남지 않길 바란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