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강길중

前 충북도 농정국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2007년도 국방대학에서 1년간의 장기교육을 받을 때 첫 번째 분임원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뿌리분임' 부부동반 저녁 모임이 서울에서 있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나서 청주로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되었지만 기왕에 서울에 간 김에 서울에서 혼자 생활 하고 있는 아들네 집에서 하루저녁을 묵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주일 미사(missa)를 보는 일이 걱정이 되었다. 병원에 입원 해 있거나 해외출장을 가게 되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주일 미사 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 하루저녁만 아들네 집에서 묵고 일요일 오전 일찍 집으로 내려와 청주에서 저녁미사를 볼까 하다가는 결국은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로 하고 아들네 집 근처에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보기로 했다. 신부님의 강론(講論)이 시작 되었다. 골자가 이런 것이었다고 기억이 된다. "어느 기업의 회장님이 일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비서에게 소변을 대신보고 오라는 지시를 했다. 비서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지엄하신 회장님의 명령이라 할 수 없이 화장실을 다녀오긴 했지만 당연히 회장님의 소변을 대신 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비서는 결국 회장님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처구니없게도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세상 일중에는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그 일을 대신하게 함으로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일들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청소를 한다거나 빨래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양 당사자들 사이에 원만한 동의만 이루어진다면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대신 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그렇지 못한 일 또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소변을 본다거나 숨을 쉰다거나, 밥을 먹는 다거나 하는 일들은 결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일들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지위가 높더라도 자신이 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로인해 발생하는 불이익 또한 전적으로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는 결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장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물 떠와라, 리모컨 가져와라, 방 청소 해라, 휴대폰 가져와라.' 조금만 꼼지락 거리면 얼마든지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 이상의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모든 일상을 다 그런 식으로 처리 했을 것이라는 유추해석(類推解釋)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결혼을 한 후에는 마누라를 비서로, 그리고 두 아이들이 심부름을 할 정도로 성장을 한 다음부터는 비서실 직원을 3명으로 늘리면서 그야말로 회장님 못지않게 살아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집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허울 좋은 명분과 하루 종일 직장에서 충분히 시달렸다는 핑계가 전부였다.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완전 큰 대(大)자로 들어 누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입으로 지시하고 명령만 하면 그 어떤 일이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일로 가끔씩은 아내와 언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의 가정불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 늦은 감이 있지만 이순(耳順)의 나이가 된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잘못하면 숨 쉬고 밥 먹는 일조차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대신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도 해본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충북일보] 건물에 발생하는 화재는 곧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대량의 타이어가 타며 가연 물질이 나온 것도 화재 진압 어려움의 원인이었지만 공장의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형 화재 발생 시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혀 온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제한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11일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건축물 내·외부의 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 심재 모두 화재 안전성 확보가 의무화됐다. 강화된 법 개정으로 준불연·불연 건축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충북도내 선도적인 제품 개발로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SSG에너텍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효율의 건축자재를 개발·제조하는 종합건축자재 전문기업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IP패널(Insulation Panel: 동적내진설계용 준불연단열일체형 패널)'은 마감재와 단열재를 일체화한 외단열 마감 패널이다. 이을성(59) SSG에너텍 대표는 "단열·내진·준불연 세 가지 성능을 충족하면서 일체화된 단열·마감재는 SSG에너텍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