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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0.17 16:59: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윤기윤

前 산소마을 편집장

나는 도무지 한글을 배운 기억이 없다. 언제 어떻게 읽고 쓰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학교 가기 전 부모님께서 깨우쳐 주었는지, 학교의 국어시간에 선생님께 배웠는지 글자를 배운 과정이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알파벳부터 힘들여 배운 기억이 너무도 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머리 굵은 중학교 때 처음 알파벳의 대문자 소문자를 오선지와 같은 영어 공책에 또박또박 써가며 익혔기 때문이다. 필기체를 그려내느라 애를 먹던 기억도 새롭다.

물론 우리말과 외국어를 익히는 데 과정이 똑같을 리 없다. 그 이해의 정도와 수용과정은 천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말 표현이야 모국어이니 저절로 나온다 해도 한글 문자를 애먹은 기억 없이 그저 내 몸에 절로 흡수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쯤해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 밝히신 창제의도가 절로 떠오른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아니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없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쉬이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고등학교 고전 시간에 배웠던 이 훈민정음 서문을 생각할 때마다 뿌듯하고도 감격스런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계의 문자 가운데 그 제자원리와 창제 이유가 유일하게 밝혀져 있는 것이 한글이다. 세계 어느 나라 군주가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가엾게 생각하여' 글자를 만든 이가 있었던가. 동서고금의 군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먹고사는 일에는 치적을 쌓았다 해도 그 다스림 받는 자들의 지적 정신세계를 걱정한 성군은 없었다. 오히려 일반 대중들이 지식과 지혜를 깨우쳐 왕의 자리가 위협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이미 상투적인 말이 되어버렸지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신비롭고 과학적인 문자로 칭송받고 있다. 사실 우리가 IT강국이 된 것도 실은 한글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의 어떤 문자도 컴퓨터 자판 설계의 편리와 체계성에 있어 한글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만한 교육 강국이 된 것도 한글의 영향이 크다. 내가 한글을 배운 과정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글자를 익혔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글자를 익힌다. 즉 지적 세계로의 입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예닐곱 살 어린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예사로이 책을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은 문자를 힘들고 어렵게 익혀야 하는 고통스런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의 정통보수를 대표하던 집현전 학자 최만리의 '문자를 가지는 것은 오랑캐나 할 짓이며, 기예에 불과한 언문을 익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던 상소문을, '네가 운서를 아느냐'며 간단히 물리쳐 버린 세종의 결단에 다시금 감읍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세종대왕은 인류의 역사가 존속하는 한 '오래된 미래'로서 언제나 시대를 앞서 가는 천재로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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