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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청원군다문화센터 교사

얼마 전, 평소보다 머리를 좀 짧게 잘랐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했다. 늘 만나는 다문화가족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선생님, 느리다.'

'선생님, 진짜 예뻐요.'

'머리 없어 어리요.'

베트남에서 온 학습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해준 말이다.

위에서 '느리다'는 말은 '어리다'는 의미와 혼동을 한 학습자의 말이다. 그리고 '머리 없어 어리요.'라고 말을 한 학습자는 한국에 온 지 이제 막 4개월이 되었다. 함께 사전을 찾아가며 '느리다'와 '어리다'의 의미를 알려주자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가을이 되자, 여름과는 달리 높고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자주 보게 된다. 다문화가족들은 그 변화에도 매우 신기한 듯 질문을 한다.

'무슨 그림이에요?'

한 학습자가 수업 중, 집게손가락을 치켜들며 질문을 했다.

두리번거리며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는 나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가리키는 학습자와의 사이를 좁히기 위한 조율이 시작 된 셈이다.

발음의 오류에서 온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복'과 '행복'도 거의 비슷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결국엔 같은 의미로 이해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한다.

한번은 이런 질문을 받은 경험도 있다. 한 학습자가 메모를 해뒀다가 질문을 한 것이다.

'선생님, '잘 못겠어요.'가 뭐예요?'

알고 보니, '잘 먹겠어요.'와 '잘 못했어요.'를 비슷하게 듣고 읽으면서 혼란이 온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수도'도 유사한 경우다.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를 의미하는 것과 수돗물을 받아 쓸 수 있게 만든 시설을 뜻하는 것을 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아니 왜 그러냐고, 한국어가 어렵다는 말을 한다. 아울러 '수다스럽다'는 말도 유사하게 들리니까, 그 의미를 또 묻는다.

발음에 의한 오류로 발생하는 것과 동음이의어에 대한 것은 그래도 연습하고, 사전을 찾아보면서 이해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관용어(습관적으로 쓰는 말)나 감탄사에서 오는 혼란은 더 크다.

요즘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어원에서 벗어난 '착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도 다문화가족들에게는 많은 혼란을 준다.

'착한 불고기', '착한 가격', '착한 몸매', '착한 낙지' 등에서 나타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문화가족의 학습자들이 오늘도 질문을 한다.

주변에서 자주 듣는 감탄사를 열거한다.

'참 내원', '글쎄요', '세상에~' 등과 같은 말의 의미를 묻는 표정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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