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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추석

올해도 '恨가위' 맞는 노인들
청주 중앙공원 '쓸쓸한 풍경'

  • 웹출고시간2011.09.08 19:57: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그래도 저 녀석들은 식구가 있구먼."

살다 살다 '비둘기'가 부러워보긴 처음이다. '떼'를 지어 날아온 녀석들에게 과자 몇 개를 던져준다. 10여 마리의 비둘기 떼가 사이좋게 받아먹는다.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오전. 청주 중앙공원 나무 의자에 쓸쓸히 앉아 있는 박춘수(가명·71) 할아버지는 십 여분 째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추석을 나흘 앞둔 8일 비가 간간히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청주중앙공원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 이곳을 찾은 노인들로 붐비고 있다.

ⓒ 김태훈기자
"어르신, 왜 비둘기를 뚫어져라 보세요?" "부러워서."

박 노인은 본인을 "독거노인"이라고 소개했다. 추석이라고 별 다를 게 없다는 의미였다.

"올해는 풍년이여? 비가 많이 와서 벼가 제대로 자랐을라나 모르겠네." 박 노인은 다가온 추석을 이렇게 에둘렀다.

추석 때 차례는 지내냐는 물음에 박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다. "혼자 있는데 뭔 놈의 차례여. 나 한 끼 먹기도 벅찬데."

청주시는 연간 7억2천만원으로 경로식당 무료급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용암종합사회복지관 등 10개 복지기관에서 위탁을 받아 60세 이상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1천29명에게 점심을 나눠준다. 거동이 불편한 60세 이상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 248명에겐 도시락을 배달해준다.

하지만 이번 추석엔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게 쉬는 이른바 '빨간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설 명절엔 민간 후원을 받아 특별 급식을 제공했지만, 현재까지 이번 추석 지원계획은 없다.

근처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났다. 족히 여든은 돼 보였다.

노인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신문에 나온 걸 아들이 알면 혼난다고 했다. 부양가족으로 등록돼 있어 기초수급에서도 탈락하게 한, 그러면서도 연락 한 번 없는 아들을 노인은 두려워했다.

노인이 부탁했다. "기자 양반, 혹시 차에 남은 박스 없어? 선물 뜯은 박스 좀 줘봐." 노인은 기자에게 받은 폐지 몇 개를 유모차에 싣고 촘촘히 자리를 떴다.

청주시가 올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폐지 줍는 60세 이상 노인은 흥덕구 234명, 상당구 104명 등 총 338명이다. 이들이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은 불과 몇 천원. 고물상에서 1㎏당 150원 정도를 받는다.

고물가, 날씨 영향 탓에 이번 추석 성수용품 가격은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 하루 몇 천원 버는 이들이 차례상을 차리고 송편을 빚을 여력이 될까. 추석을 앞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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