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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근

변호사

어제 모처럼 한 산악회를 따라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공작산에 다녀왔다. 아직 나뭇잎은 짙은 초록이지만, 한결 높아져 색깔이 분명한 하늘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해 주었다. 6시간 조금 넘게 걸었는데, 자연의 기운 속에 푹 파묻혔다가 돌아온 느낌이다.

그런데 바깥 활동을 하다보면 언제나 문제되는 것이 쓰레기다. 난 어제 산행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하고, 급하게 짐을 꾸려 집을 나서는 바람에, 등산컵을 빼먹었다. 작년 봄 우리 회사에서 산악회를 만들고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내 비용을 들여 등산컵을 사 회원들에게 돌렸다. 산에 갈 때마다 종이컵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있음에도, 산에 갈 때 가끔씩 등산컵을 빠뜨린다. 그럴 때면 마음이 계속 불안하다.

어제도 결국 산에 오르면서 맥주를 마실 때 다른 사람이 준비해 온 종이컵을 사용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 내가 따라간 산악회는 비교적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물티슈, 나무젓가락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산행을 마치고 뒷풀이로 고기를 구워먹을 때는 쓰레기가 꽤 많이 나왔다.

내가 다니는 정토회라는 단체에서는 얼마 전부터 환경실천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빈그릇운동 등을 실천해 왔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의지를 갖고 실천하기 위해, 환경수행일지까지 작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하는 환경실천운동의 내용을 보면, 내컵 갖고 다니며 쓰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육식 자제하기, 사용한 물 재활용하기, 사용하지 않는 전원 코드 뽑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캔음료 먹지 않기, 인스턴트식품 먹지 않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이다. 이 가운데 필자는 사용한 물 재활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육식 자제하기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집에서 가끔 설거지를 할 때면 낭비를 막기 위해 물을 받아서 한다. 첫 번째, 두 번째 사용한 물이야 탁하기 때문에 그냥 버린다손 치더라도, 세 번째로 헹군 물은 깨끗하여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 환경수행일지를 작성하다 보니 그것이 눈에 보였다. 그 후론 가능하면 설거지 때 세 번째로 사용한 물은 화장실 변기의 물 내릴 때 사용하고 있다. 채소를 마지막으로 씻은 물도 가능하면 위와 같이 재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거의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일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많은 경우에 습관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간디나 스콧니어링(역동적인 사회활동을 하다가 20세기 중반 시골로 들어가 석유를 쓰는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자연친화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준 근본주의자) 같은 분들은 여행을 할 때면 언제나 최하등급의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보면 그 자원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낭비하는지, 바라보는 눈이 불안하다. 그런 소비를 위해 지구의 산림이 무자비하게 훼손되고 있다. 또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고기나 채소를 불문하고, 항생제, 성장촉진제, 농약, 화학비료 등으로 오염에 찌들어 있다.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먹고, 쓰고, 버리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생겨난다. 이런 문제의 부작용이 머지않아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다.

환경실천운동의 이로움은 자연을 보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적게 쓰고, 적게 먹으면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게 되니 몸이 건강해질 것이고, 물건들을 아껴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물들을 사랑하게 되어 마음 또한 건강해질 것이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결혼식장에 갔다. 특이하게, 생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게 키가 큰 종이컵을 쌓아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다. 나도 쌓아놓은 종이컵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내는 가방에서 컵을 꺼내더니 그 컵에 생맥주를 따랐다. 당당하게. 같이 갔던 집안 형수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난 그런 아내의 당당함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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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