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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화장실에 대한 이런 저런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 기억 중 불쾌한 기억이 유쾌한 기억보다 훨씬 많다. 휴지 없는 화장실에서 진땀을 흘리거나 재래식 화장실에서 옷에 오물을 묻혀 기분 상하던 일 등 화장실에 대한 추억은 수두룩하다.

판자로 지은 재래식 학교 화장실 근처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화장실에 빠지기도 했고 비오거나 스산한 날이면 삐걱거리는 학교 화장실에서 ‘달걀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시외버스가 늘어선 주차장 화장실은 왜 그리 지저분했던지….

학교에서 벌을 받을 때 ‘화장실 청소’라는 항목이 늘 붙어 다녔다. 변기에 물이 스며들거나 용변이 넘치게 되면 낙차와 같은 속도로 오물이 튀어 올라 엉덩이에 달라붙는 통에 번번이 기분을 잡쳤다.
한 겨울, 용변을 제때 치우지 않으면 삼각형 모양의 퇴적물이 생성되면서 솟아올라 엉덩이를 반쯤 쳐들어야 했다.

악동들은 예쁜 여선생님이 화장실을 들어갈 때면 화장실 뒤쪽으로 돌아가 용변을 퍼내는 구멍으로 돌을 던져 오물이 튀어 오르게 했다. 훈육 선생님께 들킨 아이들은 하루 종일 벌을 섰고 분을 이기지 못한 여선생님은 엉엉 울었다. 그때는 화장실이라기 보다 그냥 ‘변소’라고 불렀다.

관광버스에선 아줌마 부대들이 화장실 문제로 애를 먹는다. 고속버스 휴게소에 들르면 남녀 화장실이 거의 비슷하게 있는데 남녀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하여 여자 화장실을 더 늘렸으면 한다.
한 번은 휴게소에선 잡담을 하던 아줌마 몇몇이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한 다음 화장실에 가겠다고 떼를 써 운전기사를 애먹였다.

작년 봄, 발해유적 답사당시 만주벌판에서 버스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패를 갈라 용변을 보았다. 급하긴 하고 화장실은 멀고… 이 일을 어쩌랴. 아무리 신사라도 화장실 문제 앞에선 여지없이 체면을 구기게 된다.

1986년, 프랑스 파리 취재 길에서 화장실 문제로 애를 먹었다. 급한 김에 어느 백화점 화장실로 뛰어들었는데 용변을 본 후 물을 내리는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앞에서는 자꾸 노크를 하고….

파리 시내에는 공원 등지에 무인 공중화장실이 많다. 원형으로 생겼는데 동전을 넣으면 문이 열린다. 15분 이내에 일을 봐야지 그 시간을 넘기면 화장실 문이 열려 본의 아니게 ‘라이브 쇼’를 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공중화장실 입구에서 줄을 서는데 우리는 문 앞에서 줄을 선다. 화장실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이럴 땐 국제매너를 따라야 한다. 문 앞에 줄을 서는 것은 큰 결례다.

인생사 이런 걱정 저런 걱정으로 점철되기 마련이지만 화장실 문제가 급할 경우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설사가 난다든지 도심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아주 낭패다. 예전엔 다방으로 많이 뛰어 들어갔는데 요즘은 다방이 없다. 큰 건물 화장실을 찾으면 야속하게도 십중팔구는 문이 잠겨 있다.

도심의 화장실 설치문제로 청주시와 상인들 사이에 논란이 많은데 이는 시민의 편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기존 건물의 화장실을 개방하든, 무인 자동화장실을 만들던 도심에 화장실은 꼭 필요하다.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면 인근이 지저분해질 것 같으나 이는 관리의 문제다. 화장실은 급한 일을 임시로 때우는 곳이라는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쾌적한 삶의 공간이라는 관념으로 접근할 일이다.

거실이나 침실과 매 한가지로 화장실은 생활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중요한 공간이요 경우에 따라선 사유의 공간으로도 작용한다.

화장실에서 생각이 잘 난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화장실에다 메모지와 볼펜을 준비해 두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벽에다 암기할 사항을 적어 놓는 사람도 더러 있다.

화장실 하면 대개 불결하거나 더러운 곳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화장실에 대한 불쾌한 추억과 으레 더러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전환과 관리에 따라 화장실은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화장실을 일러 해우소(解憂所)라고 한다. 걱정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처가와 화장실은 멀리 있어야 한다는 말도 옛 말이 되었다. 화장실이 멀면 걱정이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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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