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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철

증평 우유대리점

원유가격 인상으로 최고 힘든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데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우유가격 인상 폭과 시기만을 따지니 너무 아쉽다.

낙농업자와 유업체는 명분과 실리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유식한 학자들은 유통구조 문제점만을 거론하며 이러쿵저러쿵하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광경을 보지 않고 그저 책상 앞에서 잘난 척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우유 유통구조는 대리점만 죽게 돼 있다. 대리점을 1년만 운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유대리점은 아파도 쉴 수가 없다. 고객들 때문이다. 그런데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야 겨우 목구멍에 풀칠할 수 있다.

유업체와 대리점은 갑과 을의 관계다. 그래서 대리점은 언제나 유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우유 파동 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유가 모자라면 유업체는 돈이 많이 남는 떠먹는 요구르트와 마시는 요구르트 주문 수량을 늘린다. 더 많은 양을 대리점에 떠넘기는 셈이다. 대리점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재고가 나면 대리점에 떠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대리점은 월말 결제를 미룰 수 없다. 결제하지 않으면 전산에서 주문 입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불평·불만을 제기하면 재계약 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그만두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노력과 투자한 자금이 아까워서다.

우유는 마트에서 대리점 까지는 반품이 된다. 하지만 대리점에서 회사로 반품할 수 없다. 순전히 대리점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몇 박스씩 반품이 나올 때도 있다. 이럴 땐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해 속이 탄다.

원유 생산량이 많거나 적을 때도 대리점은 불안하다. 원유가 남아돌면 주문양보다 많이, 모자랄 땐 주문양보다 적게 보낸다. 제대로 처리 못하면 대리점은 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업체는 손해가 날 일이 없다. 신제품은 떠넘기고 제고제품은 대리점으로 밀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가정배달 대리점도 사정은 다르지는 않다. 우유 200㎖ 한 개를 가정 배달하려면 사은품과 판촉사원 수당으로 오 만원정도 비용이 든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6개월 이상 배달해야 본전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론 문제가 많다. 말도 없이 이사 가는 사람, 한 달 먹고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판촉사원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대리점이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학자들이 분석한 대리점의 손익 계산은 너무 간단한다. 공장도가격 380원인 우유 1개를 소비자에게 800원에 팔면 대리점은 420원의 이익이 남는다는 단순 계산법이다. 즉, 하루에 500개만 팔아도 21만원(500×420)의 이익이 나는 대리점 유통 마진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셈법은 사은품과 판촉수당 등을 계산에 넣지 않은 그들만의 계산법이다. 정말 대리점의 속사정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유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반품을 정부에서 보상해 주면 된다. 남는 우유 다 사주고 마트 입점비와 차량 기름값 지원하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정부가 개인의 일에 지원할 순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유 대리점 점주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우유가격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에서 유통과정의 이런 사정들이 반영됐으면 한다. 그래야 우유배달의 최일선에 있는 대리점 점주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필 수 있다. 우유 유통과정의 개선은 결국 국민 다수를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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