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1.08.31 17:17: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현숙

속리산중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지난 8월 2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세계기록(9초58) 보유자이자 디펜딩 챔피언 우사인 볼트가 실격패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나가는 볼트의 모습은 카메라 판독 없이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명확했다. 그야말로 대회 최대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고, 볼트는 유니폼 상의를 벗은 채 실망감과 괴로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필자는 이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며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첫째, 과욕이 부른 '화(禍)'이다. 세계기록 경신과 2연패를 하고 말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이미 정상에 자리에 있는 볼트를 초조하고, 성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라이벌들의 잇단 부상 낙마로 2연패가 확실시 됐던 볼트가 결국 결승에서 마음을 비우지 못했기 때문에 뛰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 학생들 중에도 유독 공부 욕심이 많은 학생들이 있다. 이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해서 성공을 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싶은 의욕도 높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지나친 경쟁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과도한 학습량은 오히려 건강을 해쳐 중요한 시험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성향의 학생들에겐 성과보다는 열심히 한 과정에 초점을 두어 격려를 한다. "열심히 하는 건 참 훌륭한 일이고, 결과는 그 다음이야!"라고 말이다.

둘째, 지나친 부담감이 빚은 부작용이다. 최고의 히어로에게 거는 기대, 스타트만 좀 더 빨리 하면 세계기록 경신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오히려 볼트에게 스타트 반응 속도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여 결국 실격으로 이어지게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교사의 좋은 의도가 때로는 학생들에게 석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되 시험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강박감으로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규정과 원칙의 철저한 적용이다. 물론 챔피언의 좌절에 대한 안타까움과 멋진 질주를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대회의 원칙이 지켜졌기 때문에 경기는 아름다웠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펴낸 2010-2011년 대회 규정집에 의하면, 부정 출발을 한 선수는 곧바로 실격 처리된다. 이 규정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한 차례 부정 출발은 용인하고 두 번째 부정 출발한 선수만 실격 처리 했었다. 이번 대회부터 규정이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볼트가 스타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 규정에 예외를 두었다면 경기 후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원칙이 무너지고 약속이 지켜지기 않은 씁쓸한 모습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에서부터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반드시 지켜나가는 모습들을 학생들이 배워나간다면 우리 사회는 원칙이 있는 사회,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로 거듭날 것이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화려한 막을 내리기 전, 우리 학생들과 디펜딩 챔피언 우사인 볼트가 남긴 교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