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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각 급 학교가 긴 여름휴가를 마치고 개학해 등굣길이 생기를 되찾은 듯 활기가 넘쳐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제물을 힘겨울 정도로 잔뜩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저마다 뽐내기라도 하는 마음에서인지 표정이 아주 밝다.

어린학생들을 가리켜 이 나라 미래의 주인공이라 한다. 저들의 꿈이 밝고 드높아야 우리나라가 더 발전한다는 건 동서고금이 다를 수 없겠다.

학부형들마다 자녀들의 과제물을 가져다주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혹여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세라 거의 경쟁적인 편으로 보인다.

눈높이교육, 인성교육, 사회성교육 등을 거론하며 다들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 기성들의 기대와 속내는 서로 상충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기성의 잣대가 어린학생들에게 어떻게 영향할지·

6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우화 '광대의 지혜'가 생각난다. 지금 50대 이상 된 국민들은 어렴프시 기억되리라. 그 글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어느 나라 임금이 공주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공주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었다. 그런 중 어느 날 공주가 달을 따달라고 했다. 하지만 해줄 수 없는 일이기에 공주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게 되자 드디어 공주는 병으로 눕게 됐다. 임금의 명에 의해 공주의 병을 낫게 해주면 큰 상을 내리겠다고 전국에 방을 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궐로 몰려왔으나 모두가 허사였는데 하루는 광대가 우여곡절 끝에 공주 앞에까지 들어가 공주와 독대해 공주의 병을 낫게 하였다는 이야기다.

광대가 어떤 지혜로 공주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었는가· 그 요점은 일단 공주의 마음을 읽어낸 지혜가 열쇠다. 광대는 공주를 무척 치켜세우며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니 가르쳐 달라고 애원한다. 우선 달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를 공주에게 여쭙는다. 공주는 광대를 어리석다고 핀잔하며 황금으로 만든 것도 모르느냐고 꾸짖는다. 광대는 이어서 달의 크기를 또 묻는다. 공주 왈 자기 손톱만 한 것도 모르니 참 바보 중에 바보라고 더 큰 핀잔을 한다. 결국 광대는 공주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해 황금으로 손톱만 한 달을 만들어 공주의 목에 걸어줌으로서 모든 걸 해결한다.

식자우환이라 했던 것 같이 이번엔 대신들이 걱정거리를 내놓는다. 달을 따다 공주에게 바쳤는데 달이 떠오르면 공주가 거짓이라고 대노라도 할 땐 어쩌느냐고 생걱정에 난리가 났다. 심지어 궁궐 하늘에 차일을 쳐 달을 볼 수 없게 하자는 섣부른 제안까지 나왔다. 끝내 대신들은 다시 광대를 불러 묻기로 한다. 다시 불려온 광대는 곧 공주를 한 번 더 알현하게 해달라고 한다. 광대는 또 공주에게 묻기에 이른다. 역시 공주는 자신의 소망을 들어준 광대에게 수고했단 말도 빼놓지 않았고 미련한 광대라 모르는 게 또 뭐냐고 의기양양해 했다. 광대 왈 달을 따다 드렸는데 또 하늘에 새 달이 떠오르면 어찌 생각하겠느냐고 하자 공주는 버럭 큰 소리로 광대를 꾸짖으며 이빨이 빠지면 새 이빨이 나오지 않느냐고 파안대소로 답하더란다.

어린학생들은 나이에 걸맞게 꿈을 지녀야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생명체들은 생장과정에 따라 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 생각한다. 어린학생들에게 어른의 과욕 적 잣대로는 그들의 꿈까지 깨뜨리고 마는 게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의미 깊은 우화로 기억한다.

현대인들에게 유행이나 같게 회자되고 있는 교육용어 중 '상담'은 교육활동에서 정녕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을 비중 있게 차지하는 말이다. 상담을 혹시 너무 쉽게 생각해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문제만 일으킨다. 상담활동에 '광대의 지혜'를 그대로 인용한다면 정답이 되리라 확신해 본다. 기성과 다를 수밖에 없는, 달라야 할 어린학생들의 마음을 바로 읽고 그들의 다양한 꿈에 다가갈수록 그들의 꿈이 창대해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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