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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8.28 16:12: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낙춘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너는 어떻게 해서 교수가 됐냐?"

20여 년 전에 고등학교동창회에서 만난 동창생의 물음이다. 그는 의중에 담긴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듯했다. 그렇다. 나는 공부는 뒷전이었고 애들과 어울려서 놀기 좋아하고 결석도 잦았다. 가끔은 조퇴도 즐기면서 넉넉한 학창생활을 후회 없이 마쳤다.

"그래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

허나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은 뒤지지 않으려고 애썼고 여기까지 오기에는 결코 쉽지 않았다. 교육자로의 선생님이 되기보다는 전문가로서의 장인(匠人)의 길을 택했다.

"요즘도 부족함이 많음을 깨닫고 있다."

"공부란 것이 평생해도 못다 하는 것 아니냐?" 고 조심스럽게 말해 주었다.

'너는 뭐하는데?' 드러내지 않은 나의 속말이다.

이내 우리는 고교시절로 돌아가 지난날의 추억을 되살리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헤어지면서 맞잡은 손에 힘이 주어졌다.

"언제고 또 만나자." 다시 한 번 반가움을 눈빛으로 건넸다. 입가에 번진 그의 훈훈한 미소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최근 매주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재능 오디션(audition), '코리아 갓 탤런트(Korea's Got Talent)'라는 지상파 티브이 프로그램이, 이를 지켜보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의외로 적지 않은 호응과 심심찮은 흥미를 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CNN을 비롯하여 해외 유명 언론 및 방송매체에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적인 지역예선을 치루고 선정된 출연자 40명 중, 최고의 성적으로 뽑힌 1등은 3억 원의상금과 함께 탤런트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랑스러운 스타(star)가 되는 거다. 개인은 물론 다양한 팀으로 구성된 출연자들의 열띤 경연이 매주 토요일 밤이면 신명나게 펼쳐지고 있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볼거리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세인(世人)의 이목(耳目)을 끈 것은 경연장에 오르기까지 지난날의 힘들었던 역경을 이겨낸 출연자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거리로 뛰쳐나와 걸식과 노숙을 일삼던 동안(童顔)의 미소년이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되어 호소력 있는 고운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나 같은 사람도 노력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 는 가수(歌手)의 꿈을 고국에서 펴기 위해 캐나다(Canada)에서 건너온 건강한 미모를 갖춘 여대생의 용기와 아름다움이 감동을 주고 있다. 출연자마다 지니고 있는 재능과 '끼'를 선보이는 그들에게 경연장을 가득매운 청중들의 격려의 박수와 환호가 넘쳐난다.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도전은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다. 우리 이웃에는 능력 있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또한 우리 주변에는 공부 말고도 1등이 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자연의 모든 식물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꽃을 피운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늦여름이다. 장맛비가 끝인 후 드러난 하얀 해는 여전이 뜨겁다. 간간이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가을의 그 맛이다. 머지않아 가을은 또 올 것이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짙고 긴 그림자를 밟는다. 나만의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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