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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8.23 16:45: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나와 마주하는 인문학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저/사계절

인문학은 숙제와 같은 존재다. 읽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또 그 필요성도 느끼기는 하지만 선뜻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당장의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재미와 감동을 줄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새로운 책을 고를 때면 항상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그렇지만 마음은 찜찜하다. "아~ 읽어야 하는데, 난 언제쯤 인문학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될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강신주가 나와서 상담하는 것을 들었다. 이 사람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이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애써 미봉해 놓았던 상처를 후벼 파는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나 위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더 직면할 수 있고 소망스러운 삶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의 삶과 내면에 관련된 것, 나와 타자의 관계, 나와 타자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 및 환경"에 대해 차례차례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각각의 챕터에는 이름은 들어봤음직한 철학자와 그들의 책을 통해서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 "나와, 타자"를 질타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애써 감추고 살았던 혹은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인 것 마냥 세뇌시키고 있는 것들을 벗어버리라는 철학자들의 목소리와 그럴 수 없다는 내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하지만, 굳건하고 힘센 나의 페르소나는 여리고 상처투성이였던 내 자신의 일회용 반창고였을 뿐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이제 아프더라도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를 것이다. 내 자신을 마주보게 만들어준 이 책이, 그리고 인문학의 힘은 그런 것이다.

어둠의 끝에는 밝은 빛이 있다

7년의 밤

정유정 저/은행나무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광활한 수수밭에 서있다. 내 앞에는 우물이 놓여있고, 신발을 우물 속으로 집어 던지는 작은 사내아이를 지켜볼 뿐이다. 나는 그저 마음속으로 계속 그 아이의 행복을 빌어본다. 이 책은 누구의 이야기 일까?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된 최현수, 살인자의 아들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의 아들 최서원,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던 가족이 딸은 죽고 아내는 떠나간 오영재,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얽혀 든 완벽한 타인 안승환의 이야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치도록 결말이 궁금하면서도 한 장 한 장 뒤로 넘기기가 두려웠다. 과연 이 이야기 속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 지 이 소설 속의 더 끔찍한 진실이 있을까봐 조바심 났다. 소설 속 인물들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고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탄탄한 짜임새와 치밀한 인물관계, 살아있는 캐릭터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소설 속에는 사람을 위로하지도 않고, 애써 동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어떤 인물은 나쁘면서도 불쌍하고, 어떤 인물은 불쌍하지만, 나쁘다. 이처럼 등장인물들의 양면적인 감정을 잘 이끌어내고 있다. 작가는 아주 영악하다. 독자들의 감정조절을 손에 쥐고 있어서 독자가 어느 순간에 책을 덮고 싶어 할지 , 또 어느 순간에 해방감을 느낄지 작가의 템포조절 속에 꼭두각시처럼 내 감정도 너울거린다.

이 책을 덮고 나면, 긴 터널 속에 있다가 나오면 밝은 하늘이 반가운 것처럼 해방감을 느낀다. 내 가슴을 옥죄였던 초조함도 벗어나고, 안타까움도 사라진다. 다만 4백페이지 넘게 힘들기만 했던 등장인물들이 이젠 밤을 이겨내고 아침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절로 미소를 지을 뿐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작가의 감정놀이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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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