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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파수꾼 '백구'를 아시나요

밤마다 초화 뜯어먹는 야생동물 퇴치
犬기강 해이… 나중엔 고라니와 어울려

  • 웹출고시간2011.06.22 18:48: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남대 새 파수꾼 후보 잡종 삽살개 2마리. 내쫓으라던 고라니와 오히려 같이 어울린 죄로 불명예 퇴직한 진돗개 '백구'보다 사냥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청남대 측은 다음 주 중 진돗개 새끼 1마리를 마을 주민에게 받는다. 새로 올 녀석에 거는 기대가 크다.

ⓒ 임장규 기자
고라니와 멧돼지는 밤마다 내려왔다. 애써 심은 꽃과 풀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었다. 밤샘 보초를 서기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청원군 문의면)의 오랜 골칫거리, 야생동물과의 전쟁은 늘 야생동물의 승리로 끝났다. 고라니의 빠른 발을 사람의 발이 따라가질 못했다.

2년 전, 직원 누군가 제안했다. "개를 풀어보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돗개 수놈 '백구'와 사냥개 암놈 '흑구'를 정문 앞에 묶었다. 문의면 주민이 "한 번 키워보라"고 준 개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개 주변 초화는 밤새 무사했다. "이놈들이 고라니를 쫓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밤마다 풀어 놓기로 했죠."

관람객이 모두 빠져나간 저녁, 백구와 흑구의 목줄을 풀었다. 녀석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청남대 곳곳을 누볐다.

'불침번'을 선 녀석들은 아침마다 '골프 카트' 엔진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밤새 고라니를 쫓은 녀석들은 개선장군 같은 표정으로 골프 카트에 턱하니 올라탔다.

그러기를 2년여. '말년병장'이 된 흑구와 백구의 견(犬) 기강은 극도로 해이해졌다. 점점 게을러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적과의 동침'. 쫓으라던 고라니와 친구가 돼 버린 것이다. 함께 뛰어다니며 초화를 뜯어먹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이 올해 초 관리인에 '딱' 걸렸다. "심심했나 봐요. 밤새 산속을 돌아다니려니 친구가 필요했던 거겠죠. 아무리 그래도 풀까지 같이 뜯어 먹고 있으니…."

'직무태만' 죄를 물었다. 지난 봄, 문의면 본래 주인에게 돌려보냈다. 대신 신병을 받았다. 진돗개 새끼 1마리와 삽살개 2마리.

진돗개는 역시 영리했다. 전역한 백구·흑구 병장보다 더 날쌨다. 관리인은 녀석을 밤마다 훈련시켰다. "이제 막 고라니를 쫓을 때였는데, 아마 산 속에서 병을 얻은 것 같네요." 녀석은 지난 주 원인모를 죽음을 맞았다.

이제 남은 훈련병은 삽살개 2마리. 그런데 이 녀석들은 완전 '고문관' 수준이다. 잡종 탓인지 몰라도 여간 시원찮은 게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마을 주민이 진돗개 새끼를 다시 준단다. 갓 태어난 녀석이 눈을 뜨면 데려올 생각이다. 최고의 청남대 파수꾼 탄생을 직원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진돗개도 막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걱정이다. 바로 사람이다. 초화와 산나물을 마구 캐가는 몰상식한 관광객이 의외로 많다는 게 청남대 측의 설명. 얼마 전에도 백합 300뿌리 정도가 없어졌다.

개가 고라니, 멧돼지는 몰라도 사람의 양심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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