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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낭자가 떴다

강민경 (지은이) | 강소희 (그림) | 생각과느낌, 184쪽, 1만원

이괄의 난에서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어지럽고 혼란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부 낭자가 떴다'가 출간됐다.

조선의 뮬란이라 불리는 '부 낭자' 전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상상력을 덧입혀 갖바치의 딸이라는 평범한 아이의 성장담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꿈이 없던 갖바치의 딸 단월이 여전사 부 낭자와 만남을 통해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아름답고 흥미진진하게 수놓아져 있다. 영웅을 내세운 기존의 역사동화와 달리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부 낭자는 이괄의 난(1624. 인조 2년)에서 정충신 장군을 도와 조선을 구한 여전사다. 부씨 성을 가졌다는 것밖에는 이름도 생몰도 알려진 바가 없지만, 세상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꿈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서 부 낭자와 단월의 만남은 태사혜로 맺어졌다.

단월의 아버지가 정성껏 지은 태사혜(남자가 신는 신)를 신어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마님의 모습에서 단월은 마님의 정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둘의 우정이 깊어 갈수록 단월의 마음속엔 '그림'이라는 꿈이 더욱 단단히 자리한다. 마님 또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꼭 닮은 단월을 보며 한동안 잊고 지내 왔던 '가슴 뛰는 일'에 대해 상기한다. 마침내 궁궐의 단청을 색칠하는 견습공 시험에 도전한 단월은, 천한 신분, 그것도 여자아이로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에서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린다. 그것도 잠시, 단월이 남장을 하고 시험을 본 사실이 들통나 옥에 갇히고 마는데….

이야기의 결말은 자못 흥미진진하다. 단월이 어떠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지, 복면 뒤에서 가느다랗게 웃던 짜랑짜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퍼즐 맞추듯 맞혀 보면서 독자는 유쾌한 반전에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또다시 북방길로 떠나며 부 낭자가 단월에게 남긴 말 또한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기나긴 여운을 준다.

"꿈을 잃지 말거라. 그래야 살아 있는 것이다." (174쪽)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조선 시대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납사니, 난든집, 곡우살굴비, 골비단지 같이 느낌이 팔딱팔딱 살아 있는 우리말이나 "강림도령· 귀신 똥구멍에서 번개 치는 소리 하고 있네"(33쪽), "동짓날 이불 홑청에 다듬이질하듯 방망이질하던 가슴이 오히려 잦아들었다"(41쪽) "저모립 쓰고 물구나무를 서도 제 멋이라 했습니다"(112쪽) 등의 잊혀져 가는 해학적인 속담 표현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또 태사혜, 백비, 배자 등의 용어와 갖신 만드는 과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400년 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갖신을 짓던 갖바치를 직접 만나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전해 주는 것도 이 책이 지닌 미덕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서 단월은 어쩌면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 시대 아이들과 닮아 있다.

부 낭자의 만남을 계기로 꿈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나가는 단월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나서는 용기와 희망을 배울 것이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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