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성곽도시 '청주의 꿈'

한범덕 시장, 정북토성 옆 공원구상
청주읍성 발굴조사…국비확보 관건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찍어낸 청주 흥덕사(지)를 사적지로 가지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연히 역대 어느 시장보다 문화재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변변치 않은 청주시의 문화재 관광 상품은 그에겐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때문일까. 한 시장이 칼을 빼들었다. 성곽에 관해서다. 문화재 관련 일을 하면서 갈고 닦은 안목을 발휘할 모양새다.

처음 손을 댄 성곽은 지난 1911년 일제에 헐린 '청주읍성'이다. 올해 발굴조사비 8천만원을 세웠다. 읍성 파훼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6월 서남쪽 성벽(현재의 중앙공원 서북쪽~청주YMCA 방향 30m, 폭 5m, 면적 150㎡)에 대한 발굴조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청주읍성 총 둘레 1.7㎞(높이 4~5m)로 볼 땐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자체 차원의 첫 발굴조사라는데 의미가 크다. 시는 장기적으로 성곽 부분 복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한 시장의 성에 차진 않는다. 사실상 전체 복원은 어렵기 때문이다. 밀집된 성안길 상가 탓이다.

한 시장은 눈을 돌렸다. 정북동토성 옆 자리(상당구 정북동 196 일원)로다. 논·밭인 이곳에 세계적 성곽 공원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국내(남한) 2천137개 성곽 중 230개 성곽이 충북에 소재하고, 삼한 이후 한국식 성곽이 청주에 다수 보존돼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관련부서인 문화관광과는 즉각 사업구상에 착수했다. 34만㎡ 부지에 국내·외 소재 한국식 성곽(삼국~조선)을 미니어처(실물과 같은 모양의 작은 크기)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서양의 기독교·이슬람식 성곽 미니어처도 설치, 세계적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사업기간 2012~2021년, 사업비 800억원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다. 물론 아직 타당성 용역도 거치지 않은 초안일 뿐이다. 국비가 얼마나 확보되느냐도 관건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 시장은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를 찾았다. 내년도 국비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에서 해당 사업을 설명했다. 중앙부처가 사업 내용을 공감할 때까지 '삼고초려' 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한 시장은 역사 정체성 확립을 통해 천년고도 청주를 세계적 역사도시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성곽 정책도 그 일환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