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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수녀 암 투병·상실의 아픔 담아
판화가 황규백 그림 곁들인 희망산문집

  • 웹출고시간2011.04.26 17:31: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지은이) | 샘터사, 288쪽, 1만2천800원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가 출간됐다.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내는 이 책은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박하고 낮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단정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아픔과 마음으로 겪은 상실의 고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꽃이 진 자리에도, 상실을 경험한 빈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글 갈피마다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족하고 상처 입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판화가 황규백의 그림도 함께 실렸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일상의 나날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람, 계절의 변화와 기억 등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잡아낸 생각들을 이해인 수녀의 감성으로 버무려 감칠맛 나는 언어로 엮어냈다.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스님의 편지'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등에서는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딸의 그리움이 읽는 이의 가슴에 엷은 슬픔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에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수도원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새롭다.

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우정일기'에는 수녀가 10여 년간 쓰고 지우며 쌓아 온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 편이 담겨 있다. 특유의 맑은 감성과 투병 중의 인간적인 마음을 투정하듯 위로받듯 오롯이 드러낸 단상들은 그 행간에서 뭉클함을 불러낸다.

3장 '사계절의 정원-수도원 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2010년 한 해 동안 수도원의 일상을 적어 내려간 일기가 담겨 있다. 치료의 고통을 견디는 힘든 시간들의 기록, 인사발령이나 죽음의 길로 떠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의 소소한 행복감 등 잔잔하면서도 명랑한 톤으로 담긴 수도원의 일상을 통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호흡을 느끼게 된다.

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기도일기'에는 군인들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가진 기도일기가 수록됐고, 5장 '시간의 마디에서-성서묵상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998년~1999년 두 해에 걸쳐 매일 적어 나간 묵상일기를 발췌해 실었다.

마지막 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추모일기'에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우리 시대의 어른들과 수녀가 맺은 우정과 그리움, 애틋함의 무늬가 새겨진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 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법정, 이태석, 박완서씨 등.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애써 슬픔을 감추고 존경하는 분과 다정했던 벗을 떠나보내며 쓴 글들은 곁들인 사진과 더불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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