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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지역 소외계층 '쓸쓸한 설날 풍경'

노인 수백명, 청주 중앙공원서 윷놀이로 외로움 달래
경기불활등 영향 복지시설 방문하는 발길도 뚝 끊겨

  • 웹출고시간2011.02.06 20:21: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5일 설 연휴임에도 청주 중앙공원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는 노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 김태훈기자
명절은 더 외로웠다. 찾아올 자식도, 세뱃돈을 줄 손녀도 없었다. 부인마저 사별해 이번 명절은 혼자였다.

청주에 사는 김모(76) 할아버지. 설 연휴기간, 적적한 마음에 중앙공원을 찾았다. 아껴뒀던 양복을 꺼내 입고, 중절모를 정갈하게 눌러썼다. 명절 기분은 내고 싶었다. 300~400명이 중앙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윷이요~". 걸이 나왔다. 윷만 나왔어도 날 수 있었는데…. 뒷말에 곧 잡혔다. 막걸리 내기는 졌어도 껄껄 웃음이 나온다.

윷을 던지는 할아버지들 표정에선 즐거움이 가득했다. 김 할아버지도 몇 판을 놀았다. 3천원을 따 막걸리 값을 벌었다. 벤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

"억지로 기분 내는 거여. 안 그러면 더 쓸쓸하잖여. 여기 있는 노인네들 중 진짜 신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김 할아버지는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다. 물론 연락이 끊긴 자식이다. 10년째다. 부인은 몇 년 전 사별했다. 차례는 혼자 지내기 싫어 생략했다. "할멈 살아 있을 때는 그래도 명절 분위기가 났어. 둘이니깐. 지금은 영 섭섭하네 그려."

공원 옆 청주YMCA에서 따뜻한 떡국이 나눠졌다. 청주시와 청주YMCA가 독거노인을 위해 마련한 설 특식이다. 한 숟가락을 거둔 김 할아버지는 "자식보다 낫네…"라고 했다.

외로운 사람들은 또 있었다.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들과 장애인들이다.

올해는 꼭 온다던 부모님은 또 못 왔다. 경기불황 탓이다. 지적장애인 270명이 모여 사는 충북재활원(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146-7)도 명절이 더 울적했다.

전도 부치고, 떡국도 먹었다. 세배는 김상수 원장(신부)에게 했다. 세뱃돈도 받았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창밖만 쳐다봤다. 혹여나 부모가 올까봐서다.

"몇몇 부모들은 아이를 명절 일주일 전에 데려간 뒤 명절 전날 다시 맡겨요. 이상하죠· 정작 명절 때는 시설에 맡긴다는 게. 친척들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그래요. 명절마다 벌어지는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유난히 길었던 설 명절(2일~6일). 청주시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독거노인세대와 복지시설에 각종 위문품을 지원했다. 예년보다 지원액수도 늘렸다.

하지만 길었던 연휴만큼, 청주지역 독거노인 1만1천여명과 복지시설아동 370여명 등 소외된 이웃은 더 외로웠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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