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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설 앞둔 충북재활원

손꼽아 기다린 명절…"엄만 못오신대요"
부모 품 그리운 아이들 생활교사가 달래

  • 웹출고시간2011.01.27 20:12: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봉구(17·가명)는 창밖을 바라본다. 아침에 봤는데, 점심에 또 본다. 누굴 기다리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불렀다. "봉구야, 엄마 바빠서 이번엔 못 온데…". 5세 지적능력도 안 되는 봉구가 그 말을 알아듣는다. 금세 울상이다. 선생님이 미안한 마음에 빵을 건네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충북재활원 보호작업장 내에서 원생들이 김기옥 수녀의 지도에 따라 기계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재활치료의 일환이다.

ⓒ 김태훈 기자
설을 며칠 앞둔 27일 오후. 지적장애인 270명이 모여 사는 충북재활원(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146-7)에 겨울바람이 몰아친다. 운동장에 쌓인 눈, 지붕 밑에 달린 고드름보다 마음이 더 춥다. 그토록 기다린 부모님은 이번에도 못 오신단다. 경기불황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이곳 원생들의 지적 수준은 평균 3세~5세다. 대·소변을 못 가리는 친구도 많다. 그런데 희한하다. 명절은 기막히게 안다. 이맘때면 부모가 데리러 올 것도 눈치챈다. 봉구가 창밖을 보는 이유다.

하지만 봉구의 기다림은 헛수고다. 봉구 친구들도 대부분 이곳에 남아야 한다. 데리러 온다는 부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부모들은 명절이라고 아이들을 데리러 올 여력이 없다. 아예 부모가 없는 원생도 꽤 된다.

뜸해진 발길은 부모만이 아니다. 자원봉사자 수도 줄었다. 한파 탓이다. 월 800명 정도에서 20% 가량 감소했다. 이래저래 사람의 품이 그리워지는 때다.

김상수 원장(신부)을 따라 작업장에 들어섰다. 원생들이 기계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재활 교육의 일환이다.

원생들이 기자를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일까? 틀렸다. 반가움의 표시다. 원생 몇몇이 손을 머리 위에 올려 하트를 만든다. 김 원장은 "가족(이곳에선 원생을 가족이라 부른다)들은 사람을 좋아한다"며 "부모를 만나는 날은 더 신나서 날 뛴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설엔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부모를 만나지 못한 허전함은 생활교사들이 채워줄 생각이다. 전 부치기, 차례상 만들기, 떡국 먹기, 윷놀이 등 설 행사가 계획돼 있다.

세배는 김 원장이 받는다. 물론 재활 교육의 일환이다. 세뱃돈은 당연히 있다. 이곳에 오기 전 가정에서의 명절 기억을 되도록 상기시켜줘야 한다.

김 원장이 봉구를 바라봤다. "그래도 부모의 빈자리는 안 채워져요. 봉구 저 녀석, 말은 잘 못해도 감수성은 우리보다 높아요. 부모랑 설을 보내고 싶은 봉구 마음을 누가 헤아리겠습니까". 봉구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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