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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청주동물원 겨울나기

동물들 구제역·AI·한파 삼중고 시달려
제철 만난 시베리아 호랑이 늠름한 자태

  • 웹출고시간2011.01.18 20:32: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날씨도, 분위기도 모두 썰렁하다. 구제역에 조류인플루엔자(AI), 한파까지 올 겨울을 강타한 '삼중고'는 동물들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17일 오전 청주동물원. 인기척이 없다. 129종 569마리 동물이 제각각 모습으로 겨울나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동물과 재잘거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구제역·AI 여파로 지난 7일부터 무기한 휴장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이다. 청주동물원은 빠르면 내달 말 재개장을 검토 중이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무기한 휴장에 들어간 청주동물원에서 18일 사육사가 당나귀에게 먹일 마른 건초를 준비하고 있다.

ⓒ 김태훈기자
겨울풍경의 적막을 물범이 깬다. 혼자 신났다. 북극해 등 추운지방에 사는 물범에겐 영하 10도 추위는 장난이다. 반쯤 얼어붙은 물에서 정신없이 헤엄치더니 갑자기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먹이를 기대했건만 소식이 없다. 실망한 물범이 물속으로 사라진다.

옆집 수달 암수도 태평세월이다. 물범보단 추위를 타지만, 기후환경 적응력이 워낙 뛰어나 별 문제없다.

북유럽에 서식하는 불곰과 시베리아 호랑이가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겨울추위는 털 하나면 끄떡없다. 그래도 몇 마리는 실내에 들어가 있다. 따뜻한 게 좋긴 좋은가보다.

추위의 최강자 일본 원숭이는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데, 히말라야 원숭이는 잔뜩 웅크리고 있다. '덜덜' 떠는 듯 한 표정이 우습다. 김정호(36) 수의사는 "자기체온조절 능력이 뛰어난 포유류라도 너무 추우면 활동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포유류와 달리 옆 동네 우제류 사육사는 초긴장 상태다. 구제역 탓이다. 청주동물원엔 사슴 14마리, 과나코 5마리, 무플론 6마리, 염소 3마리, 미니돼지 2마리 등 5종 30마리의 우제류가 있다. 다행히 아직 감염되진 않았다. 동물원 측은 지난주 예방접종을 했다. 염소가 구제역 파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하며 목청을 뽐낸다.

공포에 떨기는 조류도 마찬가지. 언제 AI에 감염될지 모를 일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특성 상 예방접종을 할 수도 없다. 그저 무사하기 바랄 뿐이다.

열대지방에서 온 홍학은 추위까지 견뎌야 한다. 겨울엔 영락없이 실내 사육장 신세다. 반면 여름철새인 백로는 잘 날아다닌다. 한국 환경에 적응한 까닭이다. 그래도 춥거나 밤이 되면 온실장치가 돼 있는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 겨울철새인 혹고니, 캐나다 기러기, 독수리 등은 지금이 물 만난 계절이다.

파충류와 열대 조류가 모여 사는 '열대관'은 연일 추위와의 전쟁이다. 항상 20도 이상 온도를 유지해줘야 한다. 뱀은 24~25도가 돼야 한다. 안 그러면 얼어 죽는다.

이구아나 한 마리가 따뜻한 열등 밑을 점거하자, 다른 한 마리에 등 위에 올라탄다. '내 자리야'. 열등과 전기장판 다툼이 치열하다.

제각각 노하우로 겨울을 나고 있는 청주동물원 식구들. 따뜻한 봄날, 건강한 모습으로 시민들과 만나길 동물원 직원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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