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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급자 밀집' 청주 산남주공2단지 추석 풍경

입주민 절반 독거세대…가족 발길없어
차례상 엄두 못내 "조상님께 죄송할 뿐"

  • 웹출고시간2010.09.23 19:09: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추석인 22일 도내 최대 기초수급자 밀집지역인 청주 산남주공2단지에서 차례도 지내지 못한 주민들이 복지관 앞을 서성이고 있다.

ⓒ 임장규기자
이따금씩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이따금씩'이다. 한동안 적막이 이어진다. 지팡이를 짚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노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어둡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가족들이 들락날락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추석 당일인 22일. 도내 최대 기초수급자 밀집지역인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산남주공2단지 아파트의 풍경은 '쓸쓸함' 그 자체였다. 1천985세대 중 기초수급자가 1천150여세대인 이 곳 영구임대아파트는 언제나 그랬듯 명절이 더 외로웠다.

오전 11시. 단지 내 복지관 앞에 몇몇 노인들이 앉아있다. 전동휠체어를 앞에 두고 다리를 주무르고 있던 음 모(60)씨는 "차례요? 혼자 사는데 무슨 차례…. 그냥 평소처럼 지내는 거지"라고 했다. "여기는 절반가량이 독거세대에요. 찾아오는 가족도 거의 없죠. 그러니 명절이 얼마나 외롭겠어요. 나도 그렇고…."

그는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오늘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 대답이 사실일리는 없다.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 곳 입주민 80% 이상이 '무직'이다. 40% 가량은 월평균 수입이 30만원~60만원이다. 30만원 미만도 30%나 된다. 명절 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얘기다. 소고기 한 근 사기도 어려운 그들이다.

놀이터에서 김모(70) 할머니가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을 넌지시 바라봤다. "참 귀엽네. 나도 손주들이 있는데, 녀석들이 오지를 않아. 애들 부모가 워낙 바쁘니깐 이해해야지 뭐" 김 할머니가 한숨을 내쉬는 동안, 한복을 입은 꼬마들이 깔깔거리며 할머니 앞을 지나갔다.

차례용품 가격 폭등도 그들에겐 크나큰 짐이다.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차례상을 마련할 엄두가 안 난다. 고민 끝에 정종이랑 포 하나만 올려놨다. 어차피 제대로 차려봤자 먹을 사람도 없다. 독거노인 최모(73)씨의 올 추석 차례상 모습이다.

최 씨는 "조상님께 죄송할 따름"이라면서도 "가끔은 이런 처지의 내 모습을 보며 조상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온 국민이 추석 분위기에 들떠 있을 때, 이 곳 영구임대아파트는 여전히 쓸쓸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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