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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9.05 06:24: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나이 차이를 강조하는 말 중에 오뉴월 하루 빛이 어디냐는 속담이 있다. 평소에 이 말을 들으면 그까짓 하루 차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수긍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올 여름을 보내면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가 많았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것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그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막무가내였다는 게 더 고통이었다.
세상만사에는 어떤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어떤 원칙이 있는 법이고,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모든 일에 그런 원칙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막무가내였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코너로 몰리는 상황도 그랬고,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직대통령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막무가내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바꿔다는 과정 역시 막무가내였다. 그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해 보였지만 결과적으론 시민단체 간부 몇 명을 더 끌어들여 당명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일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탈당과 창당, 통합과정을 반복했다. 문패만 바꿔다는 것을 새집이라도 짓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 마술을 부리듯 눈속임을 하려고 그 수선을 떨었던 것이니 막무가내 창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경선도 막무가내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힘으로는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절름발이 정당이다. 집권당에 대한 실망이 크면 클수록 한나라당에서라도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지지율이다. 문제는 그 대안정당의 경선과정도 집권당 이상으로 실망스러웠다는 점이다. 이 역시 막무가내 경선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나라당 후보끼리 헐뜯는 소리가 지겨워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칠 무렵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사태가 벌어졌다. 그 지겨운 경선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있다는 홀가분함은 좋았지만 이 역시 세계 인질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악랄했다는 면에서 막무가내 인질이란 평가를 받았다. 우리 국민 수십 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히는 상황인데, 하나 둘 순차적으로 살해당할 수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막무가내 상황이었다.
극도의 무기력감에 빠져있을 무렵 이런 이슈들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이슈가 터졌다. 바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을 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임기 말 대통령이 대선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시기에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상회담을 고집하느냐는 비판을 무릅쓰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막무가내 정상회담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내외에서 상식적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막무가내 상황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으면 하늘이라도 잠잠해야 사람이 살수가 있는 게 아닌가. 장마가 끝났다는 발표가 있기가 무섭게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여름철이라 그렇다고 치자. 날씨도 더울 만큼 더웠고, 절기도 지날 만큼 지났으면 좀 선선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가을 절기에 접어든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요지부동이었으니 하늘마저 막무가내라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혼탁하던 한나라당 경선이 마침내 끝나더니 인질사태가 풀렸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여당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것처럼 막무가내 정국도 하나 둘 풀릴 것이란 기대를 갖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자연의 섭리를 이길 만큼 막무가내한 일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종웅 논설위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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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