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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7.18 10:17: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얼마 전 청주시내 변두리에 칼국수 집을 개업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거리를 지날 때마다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현수막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어떤 땐 3∼4일까지도 버티지만 어떤 때는 단 하루도 못 버티고 철거당한다는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녀가 현수막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그녀도 몇 년까지만 해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던 주부였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더니 그녀가 당한 사고도 돌발적이었다.
아침에 웃으며 출근했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저녁에 받았다. 어린자식들과 먹고 살자니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살림만 하던 주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칼국수 집뿐이 없었다. 그나마 몇 푼 있는 밑천마저 날리지 않기 위해서 맛있기로 소문난 국수집에서 몇 달간 실습도 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 막상 개업을 하려니 홍보할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신문 방송에 광고를 내는 건 돈도 돈이지만 광고효과가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전단지를 집집마다 돌리는 일은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생명이 짧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게 현수막을 거는 거였다. 막상 현수막을 걸려고 절차를 알아보니 하늘의 별이라도 따는 것처럼 힘들었다. 광고효과가 좋은 곳에 현수막을 달기위해서는 보통 한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국수집을 개업해야하는 처지인데 어떻게 몇 달씩 기다릴 수가 있겠나. 그래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생각해 낸 것이 불법현수막이라도 다는 것이었다. 한 개에 4만원씩 주고 30개를 만들어 주변에 걸었으니 120만원이나 든 셈이다.
개업 후 일주일 동안은 4천원짜리 해물칼국수를 2천원에 판다는 파격적인 광고내용 때문인지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나기 그치듯 손님들이 끊어지는 게 아닌가. 결국 그 불법현수막은 단 이틀을 견디지 못하고 철거당한 것이다. 우린 이 불쌍한 여자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현수막은 영세상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홍보수단인데도 허가를 받아 걸기는 너무 힘들고, 그냥 걸면 즉시 철거해버림으로써 엄청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주에서 하루에 철거하는 현수막은 보통 200∼300개 정도이고,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한 인력도 8명이나 된다. 한 장에 4만원씩만 쳐도 청주시내에서 불법현수막으로 낭비되는 금액이 연간 수십억 원이며, 이를 전국적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서 낭비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서민들이 느끼는 절망감이다. 칼국수 집을 개업한 아줌마에게 120만원은 거금이다. 그 돈에 희망을 걸고 투자를 했는데 단 하루도 못가고 철거된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픔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도 현수막은 유익한 생활정보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든 모색은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실마리를 지하철에서 찾을 수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광고가 보인다. 만약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았다면 산뜻한 공간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아마 더 지저분할 것이다. 이건 복잡한 도심도로에 유료주차장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유료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주차질서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 다양한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유료 게시대’를 만들자는 것도 현수막 질서를 바로 잡자는 뜻이다.
그러자면 현수막 게시대 규격을 다양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위치에 무슨 현수막을 달더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게시대의 규격 모양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불법현수막을 철거하는데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이면 충분할 것이다. 자원낭비를 감소시킨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영세상인들의 한을 풀어주고 시민들의 생활정보권을 충족해준다는 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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