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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6.05 07:54: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돈’은 과연 무엇일까.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도구다. 하지만 사람의 인격까지 짓밟을 만큼 위력적인 도구일까라는 물음에는 의문이 든다. 돈처럼 극단적인 두 얼굴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고리 대부업 시장에서 특히 그렇다.

한편에서는 마치 사심 없이 도와줄 것처럼 웃음 짓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율의 이자부담과 가혹한 채권추심(빚 독촉)이 이어진다.

프랑스 속담에 ‘Amour fait moult, argent fait tout.’란 속담이 있다. 우리의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돈이 양반이다.’란 속담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돈의 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조소(嘲笑)한 말이다.

요즘 한 지상파 방송에서 ‘쩐의 전쟁’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대부업계를 배경으로 속칭 ‘쩐’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잘나가던 펀드매니저가 어느 날 사채로 인해 알거지가 되지만 결국 사채로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이다. 실패와 성공 담론 속의 아이러니다. 부조리에 대한 일종의 고발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의 공감 때문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파탄의 삶을 감수한다. 사채업체의 돈놀이 행태는 너무 비인간적이다.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다.

드라마에서처럼 우리 역시 고율의 사채를 쓰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사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파탄한다. 주인공인 아들 역시 아버지의 빚을 대물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의 아들이다.

우리나라 대부업 시장 규모는 현재 20조~5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등록업체 수는 1만7천개 정도다. 2만5천에서 3만개로 추정되는 무등록업체도 있다고 한다. 일본계 대부업체를 필두로 외국계 대형투자금융기관들까지 앞 다퉈 상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리대 자본에 노출된 사람이 무려 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찾는 계층은 대부분 신용불량 등으로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이다.

그렇다면 고리대 자본이 경제법칙을 비웃기라도 하면서 활보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도대체 왜?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가는 걸까.

고리대 자본의 급팽창은 1998년 1월 ‘이자제한법’ 폐지와 2002년 10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의 시행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대부업법 이상으로 심각한 사정은 그동안 정부(특히 재정경제부)가 취하고 있는 인식과 태도 에 있다는 지적도 많다.

병원비가, 기초생계비가, 교육비가 없어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절박하고 곤궁한 처지의 서민들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고리 대부업 양성화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다.

정작 이들에게 필요한 공적금융 활성화 등 필요한 대책의 수립에는 인색하면서 말이다. 정부는 ‘대부업 양성화’가 아니라 ‘대안적 금융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했다.

분명한 결론은 이렇다. 정부의 인식과 태도 등이 불변이면 자본의 극단적인 두 얼굴은 더욱 현란하게 춤을 출 수밖에 없다. 고리대부업 시장의 번성은 어제와 오늘처럼 내일과 모레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개인이나 미등록 대부업체가 돈을 빌려줄 때 연 30%를 넘는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없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불법 대부업체들의 실상은 법과 동떨어져 있다. 현행 법망을 무시하고 서민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린 어떤 이들은 일가족 집단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법률을 강화했다고 해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칭찬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서민들의 박수와 갈채가 이어질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기대한다.

함 우 석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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