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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5.02 00:11: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승연 한화회장의 보복폭행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재벌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일은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거나 탈세를 하다가 문제가 된 일들이었다. 이번처럼 술집에서 얻어맞고 들어온 아들을 복수하기위해 직접 나선 일은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가담하지만 않았다면 온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로 대단한 사건은 아니었다.

속담에도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은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보면 생면부지의 젊은이들끼리 말다툼이 생기고, 몇 바늘 꿰매는 상해를 입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누군들 자식이 얻어맞고 들어왔는데 분해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재벌회장이 아니고 평범한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면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동정은 받았을 것이다.

사실 자식을 키우면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남의 자식한테 얻어맞고 들어오는 일이다. 평범한 사람도 그런데 일세를 풍미한다는 재벌회장쯤 되면 범인들이 느끼는 이상으로 흥분했을 수도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김승연 회장이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그 무모함 때문이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부하들에게 시키기는 했을지라도 직접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현장에 출동해서 소설에나 나옴직한 방법으로 보복을 한 건 무모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이다.

그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자 청와대까지 나서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데도 경찰소환에 2번씩이나 불응하는 것도 보통 배짱은 넘는다. 김승연 회장은 무엇을 믿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

결과적으론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가장 현명하게 처리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에 김승연 회장이 아들문제를 형사절차에 따라서 정식으로 고소를 했다면 무탈하게 넘어갔을까? 그렇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언론에서는 분명한 피해자 임에도 사건자체를 주목을 했을 것이고, 건수가 없으면 흥미위주로라도 접근했을 것이다.

재벌 아들이 툭하면 고급술집이나 들락거린다는 식으로 몰아붙였을 가능성도 있다. 동석한 여자라도 있다면 스캔들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수모를 겪는다고 해서 분이 풀릴 만큼 복수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찰은 재벌회장 아들이란 신분을 의식해서 열심히 범인을 찾겠지만 얼마가지 않아 여느 폭력사건처럼 묻힐 가능성도 있다. 결국 망신만 당하고 복수는 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직접 보복을 하는 것은 간단명료해서 좋다. 재벌회장 쯤 되니까 힘깨나 쓰는 청년들은 얼마든지 동원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전직 치안 총수를 고문으로 고용해서 수족처럼 부리고 있으니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얼마든지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을 것이다. 결국 이런 특권의식에다 사법불신까지 가세하여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재벌회장도 이 지경인데 서민들은 오죽하겠는가. 홍길동이 날뛰던 사회나 임꺽정이 주름잡던 사회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법정의가 세워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렇기는 마찬가지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고소를 하면 시원하게 복수를 해줘야 사법정의가 살아나는 법인데, 오라 가라 귀찮게만 하고 망신까지 당하니 누가 형사절차에 의지하려하겠는가.

법이 주먹보다 앞선다는 풍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폭력을 소탕해야하고, 민형사상의 절차를 간단명료하게 정비해야한다. 모든 재판은 공평하게 한다는 신뢰감을 심어 주는 일도 중요하다. 이것을 못하면 재벌회장뿐만 아니라 현직 치안총수까지도 자력구제를 하겠다고 나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처럼 집집마다 사병을 거느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 종 웅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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