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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웃음 속엔 종종 잔인함이 배어 있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음식 관련 방송프로그램이 많아졌다. 건전하고 식생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도 많다. 하지만 몇몇 프로그램은 인간의 잔인성과 가학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3개 지상파 방송은 주로 아침 시간대와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에서 음식관련 소재를 자주 다루고 있다. 맛있는 음식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시청률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잔인한 조리장면이 여과없이 방영돼 혐오감을 줄 때가 많다. 그래서 입맛을 당기게 하기보다 가시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식요리과정에서 잔인성·가학성은 대개 재료의 신선도를 강조할 때 등장한다. 살아있는 식재료를 불 위에 올려놓거나 끓는 물에 그대로 넣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꿈틀대거나 튀어 오르는 생명체에 그대로 칼질을 해대는 경우도 있다.

불판 위에 오른 산 낙지, 끓는 물속으로 들어간 산 오징어, 장작불 위의 메기 등은 충격적이다. 제작진의 비윤리적이고 야만적인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식이라는 측면 때문에 잔인함이 그저 조리과정의 한 부분으로 희석될 수도 있다.

신선도와 맛을 강조하려는 제작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한창 몸과 마음이 성장하고 아이들에게는 잔인한 조리과정이 자칫 정신적 충격이 될 수 있다. 영상물의 경우 폭력성, 잔혹성, 음란성 등을 고려해 상영등급이 매겨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TV프로그램도 유사한 방식으로 시청등급이 정해지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시청등급에 따라 프로그램 방영중 화면 우측 상단에 시청 제한 연령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음식 프로그램 제작 과정상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 모자이크나 시청등급 표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가학적 장면은 우리 아이들을 잔인한 폭력성에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단 그 것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라도 마찬가지다.

물고기는 먹는 음식이니까 마음대로 난도질해도 된다는 인식은 곤란하다. 돼지와 소도 먹는 음식이니까 도살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은 같은 상황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그 상황에 익숙해진다. 일종의 적응이다. 따라서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도 자주 접하면 무감각해 질 수 있다.

가학성을 띤 방송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극히 상식적인 점을 간과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기본적인 생명존중의 원칙이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죽어 있는 것은 음식이 될 수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은 생명체다. 미물의 생명이라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함이 옳다. 비록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해도 혐오스럽게, 가학적으로 다루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의 가학성에 대한 지적은 주로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많았다. 그런데 그 양상이 음식 프로그램으로 옮겨갔다. 사람에 대한 가학에서 그 대상이 음식 재료로 쓰이는 생물로 변한 점이 다르다. 일종의 상황변화라고 할 수 있다.

펄펄 끓는 국물 속에 산 채로 들어간 주꾸미와 낙지의 모습은 아직까지 아찔하다. 아무런 느낌없이 무감각했던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은연 중 생명경시 풍조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먹지말자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다만 음식조리를 위해 죽이더라도 좀 잔인하지 않은 방법을 택하자는 얘기다. 특히 전 국민에게 잔인성과 가학성을 그대로 드러낼 필요는 없다.

방송 프로그램의 가학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가학성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된 청소년은 은연중 타인의 고통을 즐기게 된다. 그 다음 무감각해져 타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에 탐닉하게 된다. 그릇
된 영상 매체의 폐해는 이렇게 클 수 있다.

함 우 석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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