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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3.13 23:29:5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법원은 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어느 곳보다 준법정신이 투철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 법원에서 며칠 전 보기 드문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한 젊은 민원인이 여직원과 말다툼을 하다가 남자직원이 던진 의자에 머리를 맞아 부상을 당한 것이다. 법원은 곧바로 경위를 조사한 뒤, 그 직원을 지원으로 전보시켰으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맨 먼저 느끼는 것은 법원에 찾아오는 민원인들이 막장인생이라는 사실이다.

원래 서민들의 정서에는 법원은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인식되어있다. 웬만하면 누구와 시비를 하지 말고 살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했는데, 법원까지 가기에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화해를 시도했을 터였다. 부자는 돈으로, 권력가는 세도로 해결했지만 돈도 힘도 없는 서민들만 해결하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법원은 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전문화되어 있다. 물론 법이라는게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법조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분야라는 특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법원에 찾아오는 민원들의 대부분이 한계상황에 처한 막장인생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국가차원에서 지속적인 배려를 해왔다면 지금보다는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법원도 행정기관과 비슷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찾아온 서민들은 민원실 문턱이 너무 높다는 절망감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된데다 지방자치까지 실시되면서 행정기관의 민원실은 많이 변했다. 아무리 무식한 민원인이라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알아서 척척해주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 있던 서민들은 법원의 전문화된 민원실에서 답답해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곳은 다 변해도 법원 민원실만 문턱이 여전히 높은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행정기관 민원실처럼 가능한 한 민원인이 혼자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간편하게 바꾸기보다는 변호사나 법무사가 대행해 주는 시스템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배경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편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너무 많다. 받을 돈은 불과 몇 십만 원인데 전문가에게 의뢰하자니 비용을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 법원에 물어보면 변호사에게 미루고, 변호사는 법원으로 가보라고 떠미니 오도가지도 못하는 게 민원인 처지이다.
문제는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칠 생각을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판사가 퇴직하면 변호사가 되고, 직원이 옷을 벗으면 법무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보다는 은근히 즐기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판사가 테러를 당하고, 법원직원이 폭행을 당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발생하지만 이건 불만을 느끼는 것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서민들은 웬만하면 관청과는 시비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원에 가서는 최대한 조심을 한다. 그런데도 불상사가 빈발하는 것은 그만큼 법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다는 뜻이다.

다행이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국민을 섬기는 법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부터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으나 민원인들이 체감하기에는 미흡하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동료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리를 끊지 못하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 물론 복잡한 소송이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민원까지 전문가에게 의뢰하도록 유도하는 관행은 과감히 타파돼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뿌리 깊은 권위의식을 철저히 배제하는 일이다. 법원의 권위는 공정한 재판을 하라고 부여되는 것이지 민원인에게 군림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만들겠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약속이 한낱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민원실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최 종 웅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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