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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선언이 있기 직전 전국은 대통령 직선제를 원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그 무렵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에서 겪었던 일이다. 물 좋기로 유명한 수안보에 왔으니 목욕이라도 하고 갈 양으로 사우나엘 들렸다. 그런데 저쪽 구석에 앉아서 때를 미는 사람이 아는 사람 같아 보였다. 충주경찰서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분명해보였다.

워낙 점잖은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숨어서 목욕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가가 확인을 했더니 역시 아는 사람이었다. 반갑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놀라는 게 아닌가. 그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도 놀랐지만 그렇게 점잖은 사람의 가슴에 흉측한 문신이 새겨져 있는 걸 보고는 더 놀랐다. 그때서야 왜 숨어서 목욕을 하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문제는 그렇게 점잖은 공직자가 어떻게 몸에 문신을 할 수가 있었느냐는 궁금증이었다. 그 의문도 곧 풀리고 말았다. 경찰사회에서 엘리트로 통하는 간부지만 철모르던 시절엔 해병대에 지원할 만큼 거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사회는 문신을 수치로 생각할 만큼 폭력은 경원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 문신을 한 사람들이 도둑목욕을 하는 것과 대비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정보·수사기관에 근무하는 기관원들은 직장에서 신분증을 출입증으로 대용하고 있었다.

신분증을 가슴에 달고 근무를 하다가 퇴근할 때는 윗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여름철엔 흰색 남방에 넣은 컬러 신분증이 밖으로 훤히 비칠 뿐만 아니라 신분증을 차는 집게까지 윗주머니에 꽂고 다니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곤 했다. 기관원이라는 냄새를 피우면 어딜 가더라도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의도된 것이기도 했다.

조폭은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겁내는 세상이었지만 조폭을 소탕하는 기관원들은 은근히 신분을 과시할 만큼 당당한 세상이었다. 그로부터 20년도 안 지났는데 세상은 역전되고 말았다. 목욕탕에 가면 온몸이 문신으로 흉측한 사내들이 보무도 당당히 들어선다. 그것도 두세 명이 떼를 지어 들어오면 사또 행차보다도 위세가 더 대단하다. 이런 당당함은 목욕탕에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청주 주먹사회에서 Y를 팔면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보스의 위력은 엄청나다. 이건 막연한 인식이 아니다. 조폭의 월수입이 수치로 나오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판검사 못지않다는 사실이 연구결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러니 공권력과 폭력이 병존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반해 공권력은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순사가 오면 울던 애가 울음을 그친다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폭력을 소탕할만한 권위는 갖고 있어야 하는 게 경찰이다.

심심하면 술주정이나 하는 곳이 경찰지구대이고, 피고인에게 거짓증언을 강요하던 검사가 피의자로 전락하는 세상이다. 이런 현상은 판사에게까지 확산돼 조폭의 비호를 받다가 구속되거나 석궁으로 테러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공권력이 조폭에게 제압당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고시공부를 하다가 집어치우고 조폭준비를 하는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런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 하나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에서 문신을 하고 목욕탕에 들어오면 신고를 하라는 홍보물을 붙이고 다닌다는 뉴스다. 60년대 장발을 단속하는 것처럼 어이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거와는 본질이 다르다. 공권력을 제압하기위해 발악을 하는 조폭을 향해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 뉴스가 나간 후부터 목욕탕에서 문신을 한 조폭들의 태도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조폭을 근절하기 위해선 공권력으로 소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력은 창피한 것이라는 수치심을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최 종 웅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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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