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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1.31 00:48: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좌석이 없어서 입석표로 열차를 타 본 사람은 그 설움을 잘 알 것이다. 우선 비슷한 요금을 내면서도 누군 자리에 앉아서 편히 가는데, 누군 서서가야 한다는 괴로움이다. 짜증 섞인 눈으로 열차 안을 살펴보면 군데군데 좌석이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앉아있자니 이쪽으로 오는 사람만 보면 불안해진다.

가령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에 입석표로 탄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운이 좋아서 서울까지 앉아서 갈 수가 있는데 비해, 다른 사람은 단 한 정거장을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넘겨줘야하는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운만큼 중요한 게 눈치이다. 입석승객이 유난히 많은 날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승객 중에서 누가 먼저 내릴 것인가를 눈치로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눈치가 빠르다고 해도 경쟁자가 워낙 많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 때에는 누가 우선권 있는가에 따라서 좌석에 앉게 된다.

우선권이 있는 사람은 좌석 옆에 서있는 사람일 것이다. 좌석주변에 있는 사람이 많을 때는 노약자 순서일 수도 있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좌석 하나를 놓고도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싸움이 생면부지의 여행객끼리 일어나도 볼썽사나운 법이다. 하물며 친구나 형제끼리 난투극을 벌인다면, 인간도 아니라고 외면을 할 것이다. 하다못해 열차에서 빈 좌석을 차지하는 데도 일정한 원칙이 있는데, 이웃 자치단체끼리 이권을 놓고 지나친 경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면부지의 여행객만도 못한 것이다. 사실 충북도라는 행정구역에 같이 산다는 것은 형제나 마찬가지이다. 형제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을 만큼 우애가 있어야 한다. 형제 중의 한사람이 다른 형제들과 치열한 경쟁을 한다면 도와줘하는 게 상식이다. 자고로 가장 보기 흉한 게 형제간에 돈을 놓고 칼부림을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그런 집안과는 혼인도 하지 말라는 게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충북은 청풍명월의 고장이고, 양반의 고장이라고 자부해 왔다. 다른 도에서 시·군간에 이권문제로 싸움을 하는 것을 보면 워낙 그런 사람들이라 그렇겠거니 하겠지만 양반의 고장이라고 자부하는 충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쩌다가 한두 번 생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태권도공원 유치문제로 진천과 보은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다가 전북 무주에 빼앗기고 말았다. 그 아픈 기억이 생생한 상태에서 국가대표선수촌 유치문제로 진천과 음성이 소송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었으면 어떤 처방이 나왔어야 했다. 중앙정부에서 갈등해소를 위한 법을 만들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기에는 지역갈등은 너무 심각했다. 찾아보면 법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세월만 보내더니 결국 또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하는 문제로 괴산과 진천이 갈등을 벌인 것이다. 이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천만대행으로 진천이 양보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괴산과 영동이 군사교육기관유치문제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심상치가 않다.

어느 군을 나무랄 수도 없는 게 두 군이 다 찢어지게 가난하다. 그렇더라도 만원열차에서 빈 좌석을 차지하는 데도 일정한 원칙이 있듯이 지역갈등을 해결할 원칙과 기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이 없으면 조례라도 만들고,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지역여론을 수렴해 도민헌장이라도 만들면 된다.

찾아보면 이렇게 많은 처방들이 있는 데도, 누구하나 다급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실은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그만큼 지역갈등은 만성이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게 우리의 풍속이다. 어쩌다가 우린 형제간에 난투극을 벌이는 현장을 보고도 외면을 할 만큼 비정해졌단 말인가?

최 종 웅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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