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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화대 주변 언덕과 야산의 연초록 녹음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강가 언덕 배기 군데군데가 택지조성으로 파헤쳐지거나 집단건축물 신축으로 산만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옥화대 부근은 정겨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7년 전 우연한 인연으로 옥화대 부근에 터전을 잡고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까이 지내던 이웃 분에게서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이웃동네 주민 한 분이 어미에게서 떨어져 울고 다니던 새끼 수달 한 마리를 잡아 보관 중인데 놓아주자니 양어장과 그물 피해가 예상되고, 없애자니 처벌문제가 마음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좋은 방책이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환경단체에 연락을 하는 한편 새끼수달을 주변에 방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어린 수달을 인계받았다. 지방언론에 새끼수달보도가 나가자 군청과 도청에서 관리들이 왔고 환경단체 연락을 받은 수달전문가와 수의사도 왔다. 관리들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소관 부서 공방만 하는 사이 식욕왕성한 수달의 생선 값은 주민들이 부담했다.

새끼수달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미의 활동영역인 새끼수달 발견지점 부근에 풀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하는 수없이 약속을 파기하고 청원군수, 관리, 전문가, 환경단체, 주민들과 함께 새끼수달을 발견지점 부근 물가에 풀어주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녀석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듯 뒤를 한두 번 돌아보더니 이내 물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사라졌다.

녀석을 보내준 지 1년여 되었을까. 녀석을 보호했던 곳 옆 양어장의 200여 마리 비단잉어가 몇 마리 남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자세히 보니 양어장 주변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남긴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살아남은 몇 마리 비단잉어 등에서는 수달 발톱에 할퀴어 벗겨진 비늘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졸지에 200마리 가까운 비단잉어를 도둑맞은 동네 분은 이전 같았으면 덫을 놓아 수달을 잡았을 것이라고 푸념 섞인 하소연을 하셨다. 양어장 물고기를 해치운 수달이 한 마리인지 아니면 가족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수달이 나타난 것은 그분 양어장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수달의 생존에 대한 불안한 소문도 들렸다.

한때 미원면에는 ‘수달과 황새의 고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커다랗게 내걸려 있었지만 새끼수달을 풀어준 뒤 청원군청이나 미원면에서 녀석의 안전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무책이 상책이어서였을까.

미원에 자그마한 하수처리장이 생겼지만 옥화대물은 날로 탁해져 가고 여름이면 나타나던 반딧불이도 모습을 감췄다. 옥화절경 용소 맞은편 물가는 땅을 돋우어 팬션 모양을 한 집단건축물이 신축되고 있다. 낭성과 미원에는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감독관청의 제대로 된 환경보호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규모 지역개발로 환경과 자연파괴를 우려하는 주민들에게 군이 내놓은 것은 환경대책이 아니라 당근대책이었다. ‘전국 최초의 지방세 환원제’라는 구호아래 골프장, 레저시설 등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에서 발행하는 지방세수의 ⅓범위 내에서 해당지역 주민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속리산에서 발원해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깨끗하고 정겨운 달래강과 청주,청원 사람들의 고향인 옥화대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같은 천혜의 자원을 보호하면서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깨끗하고 행복한 청원 만들기를 할 수는 없을까. 잘 보존된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지역개발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을 내세우는 선진국 지자체단체장들의 사례를 전국 최초로 벤치마킹하는 청원군정은 기대난망인가.

허 원 / 서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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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