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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7.05.10 07:38: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흙이 되고 싶어요.’

며칠 있으면 스승의 날이고 해서 도종환시인의 ‘내 어릴 때 꿈은’이라는 시를 옮겨보았다. 참 좋은 선생님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과 그렇지 못한 현실의 괴리를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요즈음 교육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도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들로 세간을 시끄럽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지면에 이 시를 소개한 것은 그러한 교육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시에 들어있는 그런 좋은 선생님이 정녕 우리 주위에는 없는 것인가? 한번 살펴보고 싶어서이다. 삶의 열정을 바쳐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참스승’도 뜻밖에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악화’에 가려 ‘양화’가 구축되지 못했을 뿐일 것이다.
이시를 쓴 도종환시인도 엄혹했던 시절 참교육을 몸으로 실천하며 교육현장의 모순과 비리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다 해직되기도 했던 분이다. 다시 한촌의 작은 중학교에 복직되어서도 방과후나 당직날 학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연극도 연습시켜서 청주의 한 무대에서 시낭송회와 연극을 시연하는 것을 필자가 직접 본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인데도 새로 나온 시집 인세 전액을 가난한 이웃나라 학교 짓는데 써달라고 내놓아서 우리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모 인문고교의 M선생님은 오래전부터 좋은 선생님의 대명사로 학생들이나 동료교사들 모두에게 칭송이 자자한 분이다. 승진이나 고가점수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학생지도나 진학문제에 그야말로 불철주야 진력해온 분이다. 매일 아침 7시면 출근해서 자율학습하는 학생들과 함께 남아 추수지도에 힘쓰다가 밤 11시나 되어 학생들과 함께 퇴근하는 선생님이다. 그분의 질 높은 학과수업은 평소 엄청난 교재연구 덕분에 졸거나 딴짓하는 학생이 하나도 없기로 유명하고, 학생의 고민 속으로 함께 들어가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진정성 넘치는 진학상담은 신청하는 학생이 많아 늘 밤늦게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일화는 선생이 담임한 학생들 중 그달 모의고사 성적이나 내신 성적이 오른 학생들에게는 밥과 고기를 사주며 격려해준다고 한다. M선생이 학생들을 체벌하는 것을 본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음은 물론이다.

몇 십 년 전에 가르친 제자들의 이름이며 가정 사정, 학창시절의 성격까지 줄줄이 꿰차고 있는 C교장도 스승의 날이 되면 찾아오는 제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사람이다. 재단에서 교장을 더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뿌리치고 올해 명퇴했다. 역사를 가르치는 L선생은 평소 학부형이 촌지를 주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서 그 학생의 통장에 넣어두었다가 졸업식날 건네준다. 이밖에도 우리 주위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허 장 무 / 민예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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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달인, 김문식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장

[충북일보] "남 돕는 일이 좋아 시작했는데 벌써 봉사시간만 1만 시간이 넘었네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전국협의회 김문식(63·사진) 회장은 "봉사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은 말보단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5일 대한적십자사봉사회 19대 전국협의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은 '봉사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0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남들봉사회원을 시작으로 23년간 재난 및 취약계층 구호, 이산가족 지원, 위기가정 구호 등의 분야에서 약 1만10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간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충북도지사 표창, 적십자 봉사원 대장,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대한적십자사 충북협의회 회장, 전국협의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김 회장이 봉사활동을 수십년간 이어온 계기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김 회장은 "시계방을 운영하며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남을 돕고 사는 선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며 자랐다"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낮에는 금은방을 운영하며 밤과 주말에는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