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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석기문화가 청주에서 만나 수십만 년 전, 태고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단양 수양개 유적을 비롯하여 제천 두학동 유적, 청원 만수리 유적, 노산리 유적, 청주 복대동 유적, 파주 외동리 유적, 야당리 유적 양평 도곡리 유적 등 우리나라 주요 구석기 유적의 석기가 한자리에서 '돌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편적인 석기전시는 많이 있어왔으나 금강, 한강을 아우르는 석기가 한데 모여 석기문화의 꽃을 피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류 지혜의 꽃 돌에 피다'라는 주제아래 한국선사문화연구원과 국립청주박물관이 공동주최하여 청주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지난 18일 개막, 오는 6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는 석기의 제전에는 전국 유명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된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주먹찌르개, 여러 면 석기(사냥돌), 모룻돌, 망치 등 명품을 가려 일반인에 공개하고 있다. 30~7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구석기 문화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지역마다 어떤 공통점과 상이점을 갖고 있나를 비교해 보는 색다른 전시회다.

전시실 입구에 놓인 만수리 주먹도끼는 아무리 보아도 명품이다. 냇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차돌(석영)을 돌감(재료)으로 하여 여러 번 손질을 하여 만든 것인데 수십만 년이 지났음에도 서슬이 시퍼렇다. 생선회칼이 무색할 정도로 돌날을 세운 이 주먹도끼는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사냥도구이자 으뜸 주방용품이었다. 주먹도끼와 더불어 주먹찍개, 긁개, 밀개 등은 보조 주방용품이었고 사냥돌이나 슴베찌르개 등은 사냥용품이었다. '슴베'란 석기의 목 부분에 해당하는 말이다. 삼각형으로 날카롭게 다듬은 석기를 나무자루 등에 끼워 들짐승 사냥에 나섰던 것이다.

그 석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주먹도끼를 보면 당시의 선사인이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데 전시실은 조용하다. 이런 유(類)의 전시회를 보다보면 '인생은 짧고 문화는 길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인류의 유장한 역사를 하루 24시간에 대입하여 '역사방정식'이라는 이름아래 풀어보면 100만년의 인류역사 중 23시간 57분이 선사에 해당하고 문자를 쓰기 시작한 역사는 고작 3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역사는 반만 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의 몇 십 배에 달하는 긴 호흡을 가지고 있고 그 출발점은 역사 교과서에 언급됐듯 70만 년 전의 단양 금굴 유적이다.

그럼에도 세계 유명한 고고학자들은 동아시아의 빛난 구석기 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다. 하버드대의 모비우스 교수는 이른바 '모비우스 라인'이라는 학설을 통해 "인도 동쪽으로는 주먹도끼 문화가 없고 찍개 문화만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고고학계에서 일세를 풍미하던 이 이론은 중국 및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잘 다듬어진 아슐리안 주먹도끼와 단양 수양개 등지에서 연이어 주먹도끼가 나오자 불가피하게 깨지고 말았다. 고고학 역시 프랑스나 미국에서 발전되었고 학문의 영역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진국들은 그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서구의 학자들도 동아시아에 대한 편파적 시각을 접고 동양으로 연구의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원장 이융조)이 21~28일 간 단양에서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주제로 제 15회 국제학술회의를 여는 것도 서구위주의 고고학이나 왜곡된 통설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고고학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단초가 되고 있다. 한 지역에서 한 주제로 15회나 되는 국제학술회의를 여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 작은 축제를 승화하여 군민이 함께하는 '구석기 축제'를 열었으면 한다. 현재 연천 전곡리에선 매월 5월이면 구석기 축제가 열리고 전남 화순에서는 '고인돌 축제'가 열린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만 년~수십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활을 쏘고 돌도끼를 만들어 보며 바비큐를 해 먹는 이벤트는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충북에선 단양이나 옥천 일대가 석기 축제를 열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판단된다. 당시의 석기 제작은 삶을 이어가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오늘날 생명공학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충북의 IT하이테크는 기실 주먹도끼를 만드는 기술에서 출발한 것으로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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