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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칼갈이…내게는 '행복의 눈"

보은 갈티리 시각장애인 추찬혁씨
마을주민들 위해 무료 칼갈이 봉사

  • 웹출고시간2010.04.15 12:01:4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앞이 안보이는 장님이지만 마을 사람들을 위해 능숙한 솜씨로 칼을 갈고 있는 '칼갈이 봉사' 추찬혁 할아버지의 모습

시각 장애로 인해 앞을 볼 수는 없지만 무료로 마을 주민들을 위해 칼을 갈아주고 있는 추찬혁(71, 보은군 회인면 갈티리)할아버지는'칼갈이 봉사(奉仕)'로 불린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장님을 나타내는 봉사가 아니라 남을 위해 무료로 칼을 갈아주고 있다고 해 마을 주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갈티리 주민들은 주방에서 쓰는 칼이나 농사철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낫 등이 무뎌져 쓰기가 곤란하면 언제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에게 칼을 갈아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일반인들도 칼을 잘못다루면 손을 베이는 등 위험하지만 칼을 갈고 있는 추 할아버지의 솜씨를 보면 그가 시각장애 1급 장애인으로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곤 한다.

무뎌진 칼이 그의 손에 쥐어지면 어느새 대장간에서 방금 나온 번쩍이는 새 칼보다 더 잘 드는 칼로 바뀌기 때문에 칼갈이 도사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이 마을 설인선(50)이장은 "추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마을 주민은 낫과 칼을 사게 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며"칼날이 무뎌지면 언제든지 추 할아버지가 새것 보다 더 좋은 칼로 만들어 주고 있다"며 추할아버지의 솜씨를 추켜세웠다.

또 설 이장은"추 할아버지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만능재주꾼"이라며"토종벌을 키우는데 꿀통도 스스로 제작하고 몸이 불편한 아내를 대신해 집안수리까지 한다"고 말했다.

5살 무렵 홍역을 앓았지만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해 눈이 멀게 된 추 할아버지는 "10살이 되던 무렵 마당에서 낫을 갈고 있던 아버지의 낫 가는 소리에 호기심이 발동해 처음 낫을 갈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낫이 날카로워 겁이 났지만 숫돌과 마찰하며 갈아지는 소리가 좋았고 칼을 간 후 아버지의 칭찬을 듣고는 그때부터 칼 가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 됐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칼을 갈기 시작한 추 할아버지는 처음 그가 칼 가는 모습을 보는 사람은 마음을 졸이지만 정작 본인은 웃음을 머금은 채 능숙한 솜씨로 칼을 쓱싹쓱싹하고 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추 할아버지는"남들이 보기에 칼 가는 것이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일"이라며"내가 갈아준 칼이 너무 잘 든다고 고맙다고 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내가 비록 앞을 못 보는 봉사지만 힘이 있는 한 여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奉仕)하면서 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한편 추 할아버지는 황호태 보은군 시각장애인 협회장의 추천을 받아 지난 3월 초부터 보은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칼 가는 일을 하고 있다.

보은 / 정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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